KT 약관 검토 방통위, 저속 인터넷 문제에 개입

입력 2021.04.21 06:00

10Gbps 계약인데 실제 속도는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
고객이 직접 속도저하 증명해야 보상
보상 기준인 최저보장속도와 계약 속도간 차이 커
방통위, KT 약관상 문제 여부 검토

유명 IT 유튜버가 쏘아 올린 KT 인터넷 서비스 품질 논란이 며칠째 지속한다. KT는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KT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을 겪던 소비자가 잇달아 불만을 터뜨리며 논란이 지속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 관계 부처는 상품 약관 결함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시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IT 유명 유튜버 잇섭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KT 인터넷 속도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 / 잇섭 유튜브 채널
10Gbps급 요금제에서 100분의 1 속도로 인터넷 제공?

20일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17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IT 유튜버 잇섭은 최근 자신의 채널에 KT 인터넷 속도 관련 영상을 올렸다. 잇섭이 17일 올린 영상은 게시 4일 만에 조회수 180만회를 기록했고, 댓글 역시 16만개를 넘겼다.

잇섭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KT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가 낮은 속도라고 지적했다. 월 8만8000원에 최대 10기가비피에스(Gbps) 속도를 지원하는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평균 인터넷 속도는 KT가 약속한 10Gbps의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비피에스(Mbps)였다. 100Mbps는 월 2만2000원대 인터넷 상품의 속도다.

인섭은 KT에 증거 자료를 제시한 후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경험했던 인터넷 속도 지연 관련 사례도 밝혔다. 다른 지역의 사무실에 있을 때 KT 인터넷이 10Gbps급 속도를 보장해야 하지만 절반 수준인 5Gbps 속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KT에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다.

잇섭은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를 겪다 보니) 향후 이런 문제가 또 생기면 어떡하냐고 KT에 대책을 묻자 KT에서 속도 저하를 먼저 체크할 수 없기에 소비자가 매일 속도를 측정해서 느려지면 연락을 줘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매번 소비자가 전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T, 해명 내놨지만…소비자 분노는 ‘현재진행형’

KT는 잇섭의 유튜브 영상이 논란으로 떠오르자 자체 조사에 착수해 문제 원인을 밝혔다. 잇섭이 이사한 사무실 지역에서 최근 인터넷 장비를 교체했는데, 이 과정에서 KT 직원이 식별값을 잘못 입력해 100Mbps 속도의 인터넷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KT 직원이 야간에 회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장비에 잇섭의 가입자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았다"며 "10Gbps 속도를 쓴다는 기계어를 입력해야 했지만 내용이 빠지다 보니 기본 포맷인 100Mbps급 인터넷이 제공됐다"고 말했다.

KT의 10기가 인터넷 상품 홍보 이미지 / KT
KT는 잇섭과 협의를 진행해 문제를 개선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KT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실시간 인터넷 속도 측정값을 온라인에 인증하며 요금제에 못 미치는 속도를 보인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Gbps 요금제를 사용하는데 100Mbps도 안 나 왔다" "KT에 연락하니 그제야 제 속도로 올려줬다"는 식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KT 인터넷 사용자인 한모씨는 IT조선과의 통화에서 "KT가 한국통신으로 출발했기에 다수 소비자가 KT 인터넷망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잇섭은 전문가이니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피해를 겪고도 모른 채 쓰거나 제대로 된 대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 기준 있지만 증빙 불편함 많다는 지적도

KT를 포함해 통신사는 인터넷 상품 이용 약관상 품질 저하와 관련해 ‘최저보장속도’ 기준으로 보상을 한다. 상품별로 최저보장속도를 구분해 그보다 낮으면 요금제를 감면해주는 식이다. 일례로 KT는 10Gbps 인터넷 상품의 최저보장속도가 3Gpbs다. 그밖에 5Gbps 상품은 1.5Gbps, 2.5Gbps 상품은 1Gbps다.

인터넷 속도 측정은 통신사 별로 제공하는 품질 보증 테스트를 거치거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인터넷 속도 측정을 이용하면 된다. 혹은 통신사 기사가 직접 인터넷 사용 지역을 방문해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원격으로 확인하지만 장애가 발견되지 않으면 기사가 재방문해 오류를 확인하는 식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같은 보상 절차에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한다. 단순 자료로는 속도 저하를 인정받지 못해 영상을 찍어야 하는 등 피해 입증 단계가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KT 측은 기사가 직접 현장에 방문한 후 속도 저하를 확인해야 보상을 해주는데, 문제 발생 시점과 기사 방문 시점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경우 과거 오류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잇섭 역시 영상에서 "KT 상담원은 기사가 방문한 후 (요금을) 감액해준다고 했지만, 원격 지원으로 인터넷 속도가 향상된 후 기사 방문은 없었다"며 "후에 보상을 받으려 하니 속도가 제대로 나온다며 인터넷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잇섭은 이후 별도 문제 제기로 보상을 받았다.

온라인상에 게시된 KT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 측정값 캡처 화면. 두 사용자는 500Mbps급 요금제를 이용하지만, 속도 측정 결과 각각 80Mbps, 100Mbps 내외의 속도가 나왔다. /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보상 시스템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에서 사용자 인터넷 속도를 모니터링해 문제를 고지하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문제 개선을 요구해야 보상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보상 기준인 최저보장속도가 계약 속도보다 현저히 낮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모씨는 "만약 어떤 지역에서 전기가 끊어지면 한국전력이 와서 바로 긴급 복구를 시도하지 않느냐"며 "인터넷으로 TV를 보고 전화를 사용하는 시대인 만큼 통신 인프라가 전기만큼 중요한데, 통신사가 회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기보다 문제를 방치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부 "조사 후 문제 검토할 것"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KT 인터넷 서비스 품질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향후 KT를 포함해 통신사의 인터넷 상품 약관을 들여다본 후 문제 발견 시 시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약관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며 "약관 자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기관과 협의해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통신사가 의도적으로 인터넷 속도를 제한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가 조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협조 요청이 오면 최선을 다해 응하겠다"며 "소비자가 현장에서 보상받기 어려운 시스템인 점, 보상 기준인 최저속도와 계약속도 간 괴리가 부분은 향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잇섭 논란이 의도치 않게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고객서비스(CS) 대응에선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KT 관계자는 "KT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일부러 속도를 낮출 일은 없다"며 "다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CS에 문제가 있었고, 이 점에 대해서는 잇섭에 사과 후 문제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박영선 인턴기자 0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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