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를 불법으로 복제, 유통하는 웹 사이트가 꾸준히 등장한다. 이 때문에 작가의 저작권, 플랫폼의 수익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불법 복제 사이트를 발견, 차단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콘텐츠 업계와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공유해, 저작권 침해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8년 검거된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 ‘밤토끼' 로고 / 위키백과 화면 갈무리
2018년 검거된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 ‘밤토끼' 로고 / 위키백과 화면 갈무리
한국 웹툰·웹소설 시장이 커지며 불법 복제 사이트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 해외에 서버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무단 복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도박, 음란물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낸다. 2018년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로 검거된 불법 사이트 ‘밤토끼'가 대표적이다.

밤토끼 운영자들은 유료 웹툰들을 복제해 무료로 제공하며 불법 광고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포스트 밤토끼'들은 지금도 수만여개에 이른다. 2020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알려진 웹툰 등 콘텐츠 저작권 불법 침해 사이트는 2만1043개에 달한다.

웹툰·웹소설 작가 상당수는 불법 복제 사이트에 입은 피해를 호소한다. 한 웹툰 작가는 "불법 사이트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수익이 20% 남짓 줄었다. 우울증, 자살 충동을 겪는 작가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68.2%가 자신의 작품이 불법 복제 사이트를 통해 유통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플랫폼 업계와 작가들 모두 먼저 해결할 과제로 불법 복제 사이트 차단 신속화와 수사 강화 등을 꼽고 있다.

불법 복제 사이트는 대부분 서버를 해외에 둔다. 따라서 한국 인터넷회선사업자(ISP)가 불법 복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회선을 강제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 기업인 ISP가 접속 차단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에, 방심위가 심사 후 접속 차단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현재 불법 복제 사이트의 국내 접속 차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결정하는 방심위 심의위원들이 3개월째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청와대와 여야가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1월 29일 4기 임원들의 임기가 끝났지만, 정치권의 갈등에 휘말려 5기는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앞서 4기 방심위도 예정보다 7개월쯤 늦게 출범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치권이 합의, 5기 방심위를 출범시키면 곧장 차단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증거자료들을 확보했다. 정치권이 하루속히 심의위원 구성을 합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 접속 차단 심의 권한 방심위에만…방심위 ‘공백'은 불법 사이트 ‘활황'으로

일각에서는 불법 복제 사이트 차단 권한을 방심위에만 주는 구조를 바꿔야 심의 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플랫폼에 개별 콘텐츠 삭제 요청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같은 권한을 줘 업무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체부 관계자도 이런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문체부는 산하 기관을 통해 저작권 침해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불법 콘텐츠 발견 시 플랫폼 사업자 등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사이트 전체가 불법인 경우를 발견하는 경우도 잦은데, 이 때는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구조다. 만약 문체부가 불법 복제 사이트 발견시 ISP업체에 바로 차단해달라고 요청할 권한이 있다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웹툰 플랫폼 업계 관계자도 접속 차단 역할을 방심위만이 지니는 구조에 의문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방심위가 심의 후 차단하는 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도 콘텐츠 불법 복제는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방심위가 빨리 심의하지 못한다면, 문체부와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저작권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며 "업무가 지연돼 불법 복제 콘텐츠 유통이 방치되고 있는데도 방심위만이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웹툰 작가도 "방심위 임기가 끝날때마다 위원 구성이 늦어져 피해를 보는 사례는 꾸준했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 무료 웹툰이라고 검색하면 숱한 불법 복제 사이트가 나온다. 불법 복제 사이트 차단 업무를 방심위만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방심위 "심의 단축 노력했다. 문체부와의 협력도 진행 중"

방심위는 업계와 작가의 지적에 따라 업무 효율을 개선했다도 해명했다. 한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 복제 사이트 차단 속도가 늦다는 업계와 작가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담 부서를 신설,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네이버, 카카오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력 시스템도 구축했다. 신규 불법 복제 사이트를 확인하면, 저작권 침해 확인 절차를 거쳐서 3일~4일 내 사이트 차단 절차를 밟는다. 이 프로세스 도입 이후 업계에서 이전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며 만족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와도 협력, 불법 복제 사이트를 문체부 산하 저작권보호원에서 신고할 수 있도록 협력도 진행 중이다. 단, 문체부 산하 기관이 이를 이행한다고 해서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은 아니다. ISP사업자들이 차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