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률, 끊김, 속도, 배터리 소진 등 5G 서비스 품질에 뿔난 소비자들이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준비한다고 한다. 애초에 통신사들 스스로의 상용화 계획에 따르도록 맡겨 놔야 할 것을 정부가 앞장서 내세우니 통신사들이 맞장구치며 서비스를 개시한 결과이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통신사들이 모든 기술을 동원해 투자를 늘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3G 나 LTE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국가가 되었다. 현재는 유선, 와이파이, LTE등이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5G같은 더 고도화된 통신의 필요를 별로 못 느낀다. 자율자동차 같은 특별한 분야의 개발이나 특별한 계층에게나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 5G가 획기적인 미래를 선도할 기술인 것처럼 밀어 붙이니 통신사는 따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를 무한히 늘려 완벽한 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5G는 주파수의 특성상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기술이다. 그러니 정부와 통신사를 믿고 5G 서비스에 가입하고 5G 단말기를 구입한 사람들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서울시가 자가망을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에 나서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통신기본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타인에게의 통신역무서비스는 일정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부여받은 사업자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메트로 통신사업회사라도 설립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다. 정치인인 시장이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강행한 것으로 정치적인 행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정치권이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정보통신을 활용한 서비스에 직접 나서면서 폐해가 늘고 있다. 지역별로 지불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하고, 음식 배달서비스에 나서기도 한다. 요란하게 시작해놓고 어떻게 지속 유지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애초에 민간 전문 기업들이 자본, 기술, 경험, 창의력을 갖고 해야 하는 사업을 공공에서 예산을 투입해 서비스를 시작해 행정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클라우드센터를 구축하겠다’ ‘유니콘기업을 몇 년 안에 10개 이상 만들겠다’ 식으로 떠벌리기도 했다. 행정의 범주를 넘어 사업의 영역으로 마구잡이로 뛰어 들기도 한다. 또 정치인들이 IT 용어들을 마구 사용하면서 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눈에는 주워들은 게 다 보이기 마련이다.
정부는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 민간이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통신 만 해도 기존업체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부족하면 공공이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국지사업, 인빌딩사업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의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지난 모든 정부에서 IT정책을 정권의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에 더해 긴 안목으로 IT 산업을 일으키던지, IT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권 홍보를 위해 IT를 활용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수 십 년 동안 정부 주도로 엄청난 돈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업이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재계 순위를 교체하고 있는 몇 안되는 기업들은 민간 스스로 또는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IT) 기반의 기업 교체율이 20~30% 이상에 달하고 있는 세계 선도 국가의 흐름과 비교했을 때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수년 사이 동남아에서는 10여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질주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권의 설레발에 비해 정작 민간의 활동은 규제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책과 행정에 머물러야 한다. 당장 개발이나 사업의 영역에서 손을 떼고 민간에게 넘겨야 한다. 제발 ‘내가 뭘 했다’고 나서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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