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이하 FDS)이 진화를 거듭한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적용 영역도 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간편결제, 비대면 거래, 암호화폐 등의 영역에서 보이스피싱과 사기 등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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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FDS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 은행과 카드, 보험 등의 금융권에서만 사용되던 것이 이제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 영역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제값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FDS(Fraud Detection System)는 결제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패턴을 만든 후 패턴과 다른 이상 결제를 잡아내고 결제 경로를 차단하는 보안 방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카드사를 중심으로 도입했다. 카드 사용자의 이용 성향이나 패턴을 분석해 평소와 다르다고 판단할 경우 자동으로 거래 승인을 중지시켜 이상 거래 확산을 막았다. 카드사가 FDS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자 은행권이 속속 도입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자 FDS 고도화에 탄력이 붙었다. 핀테크와 금융의 활발한 융합으로 더욱 많은 금융거래 데이터가 쌓였고 분석기능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FDS는 결제자의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패턴을 만들어 이상 결제를 잡는 방식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능이 고도화된다. FDS 전담팀이 꾸려지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가 가동되면서 각종 보안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암호화폐·보험사기 예측까지 담당

최근 FDS의 가장 큰 효과를 본 곳은 가상자산 거래소다. 코빗은 최근 FDS를 가동해 고객의 5000만원 상당 암호화폐 피싱 피해를 예방했다. 코빗 측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구매한 A씨는 이를 출금해 다른 입금처로 보내는 패턴을 한 달간 반복했다. A씨가 그간 출금하는 금액은 꾸준히 100만원대였는데 어느날 27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송금됐다. 이에 코빗 심사팀은 비정상적이라고 판단, 출금을 보류했다. 또 소명자료를 요청해 암호화폐 피싱을 막아냈다.

빗썸 역시 블록체인 보안 전문기업 웁살라시큐리티와 공조해 2000만원의 사기 피해를 막았다.

보험사기 예방에도 FDS가 활용된다. 교보생명은 FDS에 AI 머신러닝 기능을 적용한 보험사기예측시스템 ‘K-FDS(Kyobo Fraud Detection System)’를 개발해 지난해부터 활용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보험사기특별조사팀 실무자가 개발에 참여해 보험사기 패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보험금 청구 신청 중에서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건을 미리 발견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핀테크도 FDS 활용

최근 간편결제 등으로 금융 편의성이 높아진 만큼 보안에 대한 취약점이 늘어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핀테크 기업에서도 FD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FDS 고도화에 여념이 없다. 이 기업은 지난해 온라인 가맹점 3곳에서 고객 8명 명의를 도용한 부정 결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FDS를 강화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FDS팀과 모니터링 에이전트팀 등 팀원 20여명이 협업해 FDS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365일 24시간 사용자들의 앱 이용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패턴을 찾아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토스가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부정거래 건수가 작년 4분기 대비 올해 들어 35% 감소하는 등 빠르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FDS를 고도화해 악성 앱 탐지와 보이스피싱 예방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며 "금융 분야에서 AI 활용이 본격화되면 FDS의 도입처와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