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백신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상반기 목표치를 기존 1200만명보다 100만명 더 올려 잡았다. 의료현장에서 백신 공급과 관련해 의문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의 집단면역 형성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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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치 늘린 정부 "백신 공급 이상 無"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5~6월 안으로 코로나19 백신 총 1420만회분이 국내 도입된다"며 "상반기 최대 1300만명의 1차 접종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 내에 코로나19 백신 총 1832만회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청장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5월 14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총 723만회분이 순차 공급된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될 AZ 백신 2차 접종을 차질없이 지원하고, 5월 하순부터 시행될 1차 접종도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다.

화이자 백신은 5~6월 총 500만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코백스를 통해 AZ 백신 167만회분과 화이자 백신 29만7000회분도 상반기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주간 단위로 들여올 백신의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주간 백신 도입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상반기 접종 목표를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는 근거로 정 청장은 최소 잔여형 주사기와 AZ 백신 추가공급을 들었다. 정 청장은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활용해 추가 접종을 진행하는 식으로 접종 대상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AZ 백신의 경우 화이자와 달리 2차 접종 주기가 8~12주로 길어 2차 접종이 3분기쯤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백신 공급 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 달래기에 나섰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상반기 접종 목표를 기존 1200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을 정도로 백신 도입과 접종이 원활하다"며 "5월에도 화이자 백신은 주 단위로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AZ 백신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눈 가리고 아웅 그만"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의 이 같은 목표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주간 도입 물량이 구체적이지 못한데다가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부족한 백신 물량으로 인해 화이자 접종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접종 목표를 100만명 늘린 것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백신은 턱 없이 부족하다. 당장 이달부터 AZ·화이자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남은 AZ 백신은 38만회분, 화이자 백신은 52만회분 정도다. 5월 중순까지는 백신 공급 부족을 겪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추가 도입 일정이 어그러질 경우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 발언과 달리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백신 1차 예약기간에 접종 신청을 한 75세 이상의 고령층 환자들은 수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접종을 못받고 있다"고 했다. 물량 확보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 계획이 곧이곧대로 진행된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료계에선 11월 집단면역 달성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다. 오명돈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장은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 달성은 어렵다"며 "우리나라도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추진 중이지만, 개인 면역과 맞춤형 거리두기 등으로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