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민심’에 놀란 여야(與野)가 가상자산 법안 발의에 나섰다. 정부가 투자자 보호에 뒷전인데다 가상자산을 전담할 주무부처도 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제도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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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법안 발의 나선 여야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과 야당은 상반기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법안을 발의한다. 대표적으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신규 코인을 상장할 때 백서를 공시하고, 예치금을 별도 계좌에 관리해 거래소 파산 등의 문제가 생겼을때 고객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투자자 실명 확인을 통한 자금세탁방지와 시세조작 시 처벌 조치 등이 담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안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비공개지만,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에서 관리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앞서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업권법의 필요성 등을 논의해왔다.

가상자산 과세를 건드리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투자자는 보호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걷는 것에 국민 비판이 높은데 따른 것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주식 매매 차익과 은행 이자 등을 합해 가상자산 거래 소득이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 식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제실 검토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르면 6월 내 발의될 전망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가상자산 과세 계획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윤 의원은 앞서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법 테두리 밖에서 돌아가는 투기시장이라고 치부하고 주무부처도 없이 외면하는 정부로부터 자산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 채 과세만 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쉽지 않은 제도화…미루기만 하는 정부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치권과 달리 정부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는데다가 가상자산 전담부처도 정하지 못할 정도로 관련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 부정적인 정부 기조로 2018년 발의된 가상자산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앞서 가상자산 붐이 일던 2018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표로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모두 정부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미루면서 흐지부지됐다.

가상자산 전담부처를 두고 부처끼리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도 제도화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입에 오르는 곳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다. 하지만 금융위는 가상자산에 화폐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기획재정부에 떠밀고 있다. 기재부는 반대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유사수신행위를 규율하려면 금융위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일각에선 법안이 폐기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회 한 관계자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회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코인 시장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18년처럼 버티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