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기업 명운이 쿠페형 SUV XM3에 달렸다.

르노삼성은 내수 판매 약화와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 철수 여파·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 등 3중고로 2020년 실적하락을 겪었다. 보릿고개에 처한 상황은 2020년 9월 수주한 XM3 유럽수출물량 생산으로 풀어가야 한다.

리노삼성자동차는 XM3 수출 물량을 호시탐탐 노리는 해외 르노공장에 대응해 부산공장의 XM3 생산 관련 경쟁력 입증이라는 숙제가 있다.

르노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유럽수출길에 오른 르노삼성 XM3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유럽수출길에 오른 르노삼성 XM3 / 르노삼성자동차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완성차 기업 르노삼성자동차의 미래는 부산공장의 XM3 1세대 생산성 입증에 달렸다. XM3는 2020년 9월 체결된 르노삼성과 르노본사 계약에 따라 유럽수출물량이 전량 부산르노삼성자동차공장에서 생산된다. 예상 생산량은 연간 5만대 내외로 연 10만대 판매고의 닛산 로그보다 많다. 다만 XM3가 신차효과 이후 내수시장에서도 1500대쯤 판매에 그친데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실적감소를 생각하면 앞뒤를 구분할 상황은 아니다.

르노삼성이 2015~2018년 사이 거둔 3000억 내외 영업이익은 닛산의 중형 SUV ‘로그’의 위탁생산을 맡아 가능한 일이었다. 2019년부터는 위탁생산물량이 줄어들고 결국 공식적으로 계약이 종료됐는데, 해당 기간부터 르노삼성의 수출물량이 급감하며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당시 신차로 출시된 XM3가 내수판매를 견인해 소년가장 역할을 했지만, 리콜이슈 뒤 기세가 꺾여 내수판매가 1000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XM3는 작년 12월 선적한 750대 초도물량이 유럽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중이다. XM3 유럽수출물량은 선배정이 아닌 유럽주문수요에 맞춰 선적돼 선적량이 곧 유럽시장 평가와 직결된다. 선적물량은 1월 1622대로 12월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났다. 4월에는 2961대가 선적돼 3000대 수준에 가까워졌다. XM3가 디자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데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쿠페형 SUV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특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XM3 선적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XM3 유럽수출수주 당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경쟁했다. 유럽 내에 스페인 공장에 승리했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XM3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출신이라는 점과 운송비가 저렴한 스페인 공장보다 높은 생산성을 약속하겠다는 르노삼성의 각오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 업계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수출물량 계약 당시 약속됐던 공장 가동률 상승과 노조문제 해결 등 약속된 생산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배정된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1세대 XM3 물량과 공정을 수주 받은 이상 당장 해외수출이 끊길 확률은 적지만, XM3가 세대변경(풀체인지) 등을 앞둔 시기가 다가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자동차의 세대변경은 5년 내외로 이뤄지는데, XM3는 2019년 출시된만큼 빠르면 3년안에 생산공정 조정 이슈와 맞닥뜨릴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등도 시도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데 페이스리프트 기획 단계에서 물량을 타 공장에 배정하는 경우도 있어 풀체인지만 고려하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주기는 3년 내외다.

걸림돌은 최근 잦은 파업을 진행하는 르노삼성 노조와 회사 간 협상이다. 80%에 준하는 조합원들이 최근 노조 행동에 반발하며 실제파업율은 저조하지만, 르노삼성과 임직원간 불화는 생산성 입증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르노그룹에서도 부산공장의 생산원가와 노조문제 등을 두고 경고성 메세지를 날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XM3 수출을 놓치면 최악의 경우 르노 한국지사 철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 한 관계자는 "공정 변경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현재 배정된 XM3의 물량이 변경이 논의될 수도 있지만 아직 배정 물량 변경 가능성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내 일부 강성 조합원을 제외하고는 임직원 대부분이 XM3 생산성 입증과 물량 납기에 집중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인지하고 XM3 생산에 열성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