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 접종률은 갈수록 뒤처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두고 자화자찬한 것과는 다르다. 정부가 국내 백신 개발을 전폭 지원하거나 다른 백신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짙은 이유다. 집단면역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정부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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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백신 개발국 아닌데 할 만큼 했다"…개발국 아닌 타국가는 접종률 ↑

11일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차 접종 기준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7.16%다. 수 개월째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충분하지 않은 백신 물량으로 1차 접종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했지만, 물량 부족으로 1차 접종을 최소화하고 2차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집계한 10일 0시 기준 1차 접종자 수가 3명에 그친 배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 평가는 관대하다. 문 대통령은 앞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백신 도입이 늦어진 것은 아쉽다"면서도 수급에 대해선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백신 개발 국가도 아닌데 이 정도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투자가 불가능했던 형편에도 국민의 두 배 분량의 백신을 확보한 것을 두고 스스로 ‘할 만큼 했다’고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국이 아닌 타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한 없이 낮은 수준이다. 실제 1차 접종 기준 이스라엘과 바레인, 헝가리 등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각각 62.61%와 46.85%, 44.39%다. 불과 한 달 전 34%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하던 바레인은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바레인과 헝가리, 우루과이, 에스토니아 등 우리나라보다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는 협상력 부재로 백신 공급 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 국가로 꼽힌다. 이들 중 일부 국가는 중국·러시아산 백신을 대량으로 반입하거나 자체 백신 생산 역량을 구축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 "11월 집단면역 물 건너갔다"

국내 전문가들은 11월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본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변이 바이러스와 늘어나는 확진자에 전 세계가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이 모자란 현 상황에서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백신이 구해질 때까지 거리두기 조치를 하며 기다리거나, 정부가 국내 백신 생산에 힘을 실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백신 공급이 원래 정부 계획에 못미치는 현 상황은 대부분의 의료계 전문가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다"라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추가 접종 필요성이 언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올해 안에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전망이 매우 어두워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진 현 상황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미국 등을 상대로 백신 외교 전략을 펼치는 것 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