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전기차 시대 주요 경쟁력으로 앞세웠던 V2L기술(차량용 배터리를 다른 전기기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분야에서 경쟁자를 만난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V2L은 안정적으로 대용량 배터리의 전력을 고출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현대차에서 내세웠던 가전제품 사용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다른 기업도 고출력 V2L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기반 V2L에서 리더십을 보유했지만,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적용이 늦은 상용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V2L의 개발 속도를 높여야하는 숙제를 안았다. V2L만 지속적으로 밀 경우 타사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 E-GMP에 적용된 V2L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 E-GMP에 적용된 V2L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력을 외부전력으로 활용하는 V2L은 현대차에서 전기차 경쟁력 전면에 세운 기술이다. 비록 V2L은 닛산에서 처음 전기차에 적용했지만, 아이오닉5에 적용된 E-GMP 플랫폼의 V2L은 감전과 화재나 사용성 문제를 최소화한 기술력을 갖췄다. 750V 고전압 전류를 별도장치 없이 220V와 110V로 안정적으로 변환하면서도 대용량 배터리 저장량의 70%를 최대 3.6㎾h 고출력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현대차가 현재까지 V2L 기술에 리더십을 보이고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는 전기차 시장에서 다수 경쟁자를 만나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V2L은 단순 가전제품 등 외 작업현장이나 산업 환경에서도 효용성이 높은 기능이다보니 상용차 모델이나 다목적(MPV) 차량에 적용하는 방안이 많이 거론되는 중이다.

처음 만날 유력한 경쟁자는 포드다. 브랜드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19일 공개한다. F-150 라이트닝에는 V2L 기능이 탑재됐는데, 상/승용으로 모두 활용되는 픽업트럭은 V2L의 효용성을 활용하기 안성맞춤이다. F-150은 포드의 간판 차종으로 미국시장에서 분기마다 20만대 내외를 판매한다. 기능과 목적이 겹치는 만큼 차종은 달라도 아이오닉5 미국 진출시 테슬라보다도 직접적인 경쟁상대다.

현대차의 경우 픽업트럭(국내법규 상 화물차) 같은 상용차에는 아직 V2L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V2L기능의 국내 상용차에 적용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 시판중인 상용전기차 설계상 투입은 어렵다. 현대차 포터2 EV나 기아 봉고3 EV는 아이오닉5보다 낮은 용량의 58.8㎾h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거리도 훨씬 짧아 V2L 기능 적용에 아직 무리가 있어 추가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2022년 V2L기능 탑재가 예정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 전기차 넥쏘 / 현대자동차그룹
2022년 V2L기능 탑재가 예정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 전기차 넥쏘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현재 수소연료전지 V2L 기술도 개발중으로 2022년부터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된다. 현대차는 다목적 차량인 스타리아의 수소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바 있는데, 이를 종합해보면 2023년에 나올 스타리아 수소전기차에도 선택품목 형태로 V2L이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연료전지 V2L은 개발난도가 훨씬 높지만, 수소연료 특성상 전기배터리보다 충전 속도와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어 상용차 적용도 용이하다.

김명환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장은 "수소연료전지 V2L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1회 충전시 제공되는 전력효율이 더 높다"며 "수소전기차에 수소만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발전기를 즉시 구동해 전력을 계속 충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V2L은 개발속도와 적용을 더 높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전지 V2L은 일본 자동차 기업인 혼다와 토요타의 전문부야다. 혼다와 토요타는 전력변환 계통에서 높은 기술과 실증 경험을 보유했는데, 2020년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활용한 전력을 실내에 공급하는 형태로 V2L 기술 실증에 나서기도 했다. 토요타 수소승용전기차인 미라이 2세대 모델에는 이미 V2L기술이 탑재됐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