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삼성 비스포크홈 2021’ 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도 TV도 아닌 냉장고·청소기와 같은 생활가전으로 글로벌 미디어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 뉴스룸과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됐다. 초대장을 미디어에 사전 발송하고 제품 공개 행사를 단독으로 연 점에서 ‘갤럭시 언팩’ 방식과 비슷하다.

비스포크홈 2021은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글로벌 행사 단독 데뷔 무대로 의미가 컸다.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에는 고동진 IM부문장·노태문 무선사업부장이, TV판 언팩인 ‘퍼스트룩’에서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발표자로 나선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TV 사업에서 생활가전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CE 부문에서 TV 매출 비중은 2016년 60%가 넘었지만, 2020년에는 57%대로 줄었다. 이와 동시에 CE 부문 전체 매출은 최근 2년 연속 크게 증가했다. 생활가전 매출이 TV를 점차 위협하는 추세다. 이재승 사장이 이끄는 생활가전 부문이 이번 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셈이다.

실시간으로 지켜본 생활가전 첫 글로벌 온라인 이벤트는 상징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토종 한국인 특유의 투박하고 익숙한 이재승 사장의 영어 발음도 개인적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느껴졌다.

단순 제품 발표에 그치지 않고, 확장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비스포크 가전을 활용해 창의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한 소셜 챌린지 프로그램 소개는 37분 영상 중 10분을 차지했다.

흥행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유튜브 기준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청자 수는 3000명 내외에 그쳤고, 행사 직후 조회수도 1만3000회에 머물렀다. 13일 기준 조회수는 6만5000회쯤이다.

1월 갤럭시 언팩에 5700만명의 시청자가 접속하고 유튜브 조회수 3450만회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수치다. 퍼스트룩 2021의 유튜브 조회수는 1700만회를 넘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항상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과 신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큰 TV를 생활가전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오히려 새로울 것 없다고 여겨지는 생활가전에서 글로벌 소비자와 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점만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다. 삼성전자의 미약한(?) 시작을 지속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