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 드러난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보호 마련하는 세계 각국
한국도 관련 법안 발의 속속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 마디에 가상자산 시장이 출렁인다.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로인해 세계 정부는 늘어난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제 마련에 나섰다. 가상자산 시장이 한층 성숙해지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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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필요성 인식한 국가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선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 보호 규제책 마련을 시사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는 규제 당국의 감독 틀 밖에 있다"며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SEC 등에 감독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가상자산은 사법권 적용을 받지만, 규모가 가장 큰 비트코인은 일반 상품으로 간주돼 시세 조작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며 "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의 규제를 받으면 투자자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SEC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겐슬러 위원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활용해 가상자산 시세를 출렁이게 한 직후 "SEC는 현재 SNS를 통한 시장 조작 행위를 중점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을 상대로 공통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의 미래가 ‘디지털’에 달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적인 위험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상자산 규제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자산 거래·발행 포괄적 규제’라는 해당 규제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에 따르면 EU는 논의를 거쳐 이르면 2024년쯤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선 규제까진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 움직임이 포착된다.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 국가 금융 프로젝트인 ‘머니센스’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의식을 깨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와 투자 사기 위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최근 싱가포르 국민 일부가 가상자산에 투자한 후 자살하는 사례가 빗발치면서 진행됐다.

韓 국회서 투자자 보호 법안 속속

우리나라에선 국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산업화를 위한 제도화에 힘을 쓰고 있다. 우선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미등록 영업 행위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시세를 조종하거나 거짓으로 가상자산 투자를 유인하는 등의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

세금과 관련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은 현재 가상자산 거래 차익 과세 기준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과세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관련 인프라를 먼저 확충하는 등 정교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6월 안으로 발의될 예정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의 말 한 마디로 시장이 휘청인다는 것은 곧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주식처럼 시세 교란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