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유통시장 枯死 위기] ② 온라인 매출 위해 오프라인 외면하는 이통사

입력 2021.05.18 06:00

①문제 외면 방통위에 강경 대응 예고

이통사가 시장 안정을 이유로 전국 단말 유통망에 각종 정책을 내리지만, 실상은 수익을 내기 위한 갑질 행위 아니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나온다. 이통사가 최근 온라인 채널로 수익을 확보하다 보니 이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매장 호소를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 동성로에 있는 휴대폰 판매점들이 폐업한 모습 / IT조선
이통사의 게릴라식 시장 안정화 정책에 유통망 영업 마비

17일 이동통신 및 단말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의 시장 안정화 정책을 두고 유통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다.

시장 안정화 정책은 불법보조금(단말 유통점이 휴대폰을 판매할 때 법으로 정해진 지원금 외에 추가로 금액을 더해 제공하는 할인금) 지급 등으로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는 지역에 이동통신사가 특정 기간 판매장려금(이통사가 고객 유치 대가로 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유통 현장에서 특정 기기나 요금제가 개통되면 지급하는 장려금을 줄이거나, 때에 따라서는 개통을 막는 식이다.

단말 유통 업계는 이통사가 별도 가이드라인 없이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리면서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 크다고 토로한다. 정책 내용이 예정 없이 다양하게 내려지면서 하루 영업에 지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IT조선이 대구 지역 한 판매점을 방문한 결과 하루에만 네 차례 넘는 시장 안정화 정책이 내려오기도 했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전국 단위로 지역마다 각각 게릴라식으로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놓으면 도매 대리점에서 지역 판매점으로 정책이 내려가는 식이다"며 "통상 시장 안정화 정책은 오후 늦게서야 풀리는데, 이걸 기다리다 보면 당일에 개통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개통을 기다리는 손님 입장에선 왜 개통이 되지 않는지 세세히 알지 못하다 보니 잘못이 없는 판매점이 욕을 먹는다"고 덧붙였다.

일부 이통사는 지역에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려 개통을 어렵게 하면서 소수 대리점에만 개통을 풀어주기도 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1과 애플 아이폰12 등 특정 기종에 한해 개통을 풀어주면서 해당 모델의 판매를 늘리는 식이다. 이통사 수익을 위해 시장 안정화 정책을 활용한다는 현장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 이같은 시장 환경은 판매점의 불법 행위를 초래했다. 개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점이 고객 단말의 개통을 지원하고자 개통이 허가된 다른 대리점에 고객 정보를 넘기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4월 29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산하 단체인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방통위에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문제 개선을 요구하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 KDMA
판매점의 고가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 강요, 이통사 마이너스 정책이 원인

단말 유통 업계는 이통사가 시장 안정화 정책 외에도 여러 정책을 통해 본사 이익만 챙긴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차감(마이너스) 정책이다.

마이너스 정책은 고가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 등을 유치했을 때 기존 금액에 보너스 형식의 추가금을 더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미유치시 책정해둔 판매장려금을 낮춘다. 이통사별, 지역별 차감액은 조금씩 다르지만 심할 경우 십만원을 훌쩍 넘긴다. 판매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는 게 시장 호소다.

실제 IT조선이 대구 지역 판매점에 내려진 이통사 마이너스 정책 내용을 확인해보니 부가 서비스인 영화 월정액 상품 미유치시 2만원이 차감됐다. 일반 요금제보다 과금이 낮은 편인 시니어·청소년·키즈 요금제 유치시에는 5만원이 차감됐다.

그밖에 유치한 고객이 5G 요금제에서 비교적 과금이 낮은 LTE 요금제로 변경 시, 중고폰으로 개통한 고객이 가입을 6개월 유지하지 않을 시, 고객의 통신비 연체가 있을 시 모두 판매점에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물게 했다. 판매점 귀책 사유로 볼 수 없는 항목에도 차감액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점이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마진은 적은 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제시하는 판매장려금 상한선 가이드라인은 30만원. 만약 저가 요금제에 부가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는 고객을 유치했다면 판매점이 얻는 수익은 몇 만원 정도에 그친다. 부가 서비스 가입을 강요한다는 소비자 불만을 떠앉을 책임이 일선 판매점에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통사 안에서도 이같은 정책 추진이 본사 수익 마련에만 취중해 있다는 인정 발언이 나온다.

이통 업계 한 관계자는 "시니어 요금제나 청소년 요금제 등은 가입자가 한정돼 있는 데다 일반 요금제보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적다 보니 수익이 낮다"며 "수익을 올리는 차원에서 일반 요금제 가입자를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판매점에 내려온 이통사 마이너스 정책서 내용.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 별로 마이너스 정책을 두고 있다. / 독자 제공
단말 유통 업계 "방통위 문제 개선 나서야"

단말 유통 업계는 이통사가 시장 안정화 정책을 포함해 각종 정책을 무기로 과도한 갑질을 하면서 점차 사업 생존권에 위협을 겪는다고 주장한다. 동네 상권에서 소규모 휴대폰 판매점 등이 사라져가는 이유가 이같은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전국 휴대폰 판매점 수는 과거 2만6000곳을 넘기기도 했으나 현재는 1만2000개 정도에 그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2020년 4분기 기준 휴대폰 소매업의 창업 위험도는 위험 수준이다. 2019년과 2018년 동기에도 각각 고위험과 주의 판정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이통사가 온라인 채널을 통한 수익 확보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판매점의 어려움 호소를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말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전국에 시장 안정화 정책을 걸어두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영업이 힘든 상황이다"며 "반면 온라인에선 정책을 풀어주면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대리점을 위주로 기업 특판 등을 진행하며 실적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통사 시정과 함께 방통위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통위가 일명 성지로 불리는 불법보조금 운용 매장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통사의 시장 안정화 정책에 의존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방통위 갑질 등의 문제가 빚어져 사업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 정책뿐 아니라 고가 요금제 가입 강요 등으로 판매점에 부담이 되는 요소가 많다"며 "불법 성지로 일반 판매점이 겪는 피해가 큰 만큼 방통위가 단속 실효성을 높이되 시장 안정화 정책은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시하는 판매장려금 상한선은 2014년에 마련돼 현재 높아진 요금제, 단말 가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상한선을 높여 판매점 최소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T조선 취재 결과 방통위는 이같은 요구와 관련해 불법 성지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상향과 관련해서 당장 조처를 취하긴 어렵다는 설명도 내놨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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