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사는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을 위해 ‘공유주방 플랫폼 사업’을 구상했다. 특정 시간대에만 영업하는 점포의 유휴시간대를 소자본 창업가가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이에 필요한 상권분석 시스템은 KB국민카드의 ‘요식업 가맹점 시간대별 매출 데이터’를 통해 개발했다. 금융사의 다양한 매출 정보를 활용해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융데이터거래소  / 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금융데이터거래소 / 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금융당국이 지난해 5월 나라 밖에서 사들이던 각종 데이터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설립한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이종산업 간 융합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융데이터 거래소는 고객의 비식별정보 등을 가공해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중개 플랫폼이다.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출범했다.

18일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금융뿐 아니라 유통과 제조, 통신, 포털,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 105개 기업이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가해 각종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총 데이터수는 741건, 누적거래량은 2351건에 달한다. 거래량 측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활성화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카드사와 비금융권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비금융권의 인기가 높다. 이들은 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또 다른 수익원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경제적인 가치가 높은 금융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또 따른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종산업 간 결합을 촉진할 아이디어도 금융데이터를 통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 1년 만에 회원사가 100여곳을 돌파하고 누적 거래량이 2000건을 넘어서는 등 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며 "관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금융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개가 넘는 비금융사 또한 거래소에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이종산업 간 결합도 예상된다"며 "금융데이터 안에서 또 다른 부가수익을 창출할 여러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여행객의 지출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이용했다. 단순 지출행태와 동선은 이미 알려졌지만, 실제 지역 간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를 파악해 관광 서비스 개선을 달성하려면 이종산업 간 데이터 접목이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카드 카드 매출 데이터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데이터를 결합해 관광객 이동경로와 카드 지출 데이터를 융합, 서울에서 부산 간 여행객의 소비행태를 파악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화물차 개인사업자에 관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 연구에 금융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용평가 회사의 데이터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화물차 고속도로 통행 데이터, 안전운행 데이터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화물차 물류사업 활동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안전운행에도 앞장선 화물차 개인사업자들의 개인신용도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고안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방안으로 화물차 개인사업자가 누리게 될 금융혜택이 늘어날뿐 아니라 안전운행 유도 효과까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