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유통시장 枯死 위기] ④단통법 개선 요구에도 국회는 미지근

입력 2021.05.20 06:00

①문제 외면 방통위에 강경 대응 예고
②온라인 매출 위해 오프라인 외면하는 이통사
③KAIT 묻지마 단속에 유통 현장은 시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단통법 규제로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문을 닫는 단말 유통 매장이 늘어나지만, 음지화한 불법 매장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소비자에 대한 차별이 지속하는 셈이다. 유통 현장에선 단통법 개정을 넘어 폐지론까지 고개를 든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단통법 개선과 관련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 IT조선 DB
국회·방통위, 단통법 개정안서 분리공시제와 추가지원금 상향 추진

19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단말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단통법 개정안 논의가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단통법은 단말 유통 시장의 생태계를 개선하면서 소비자 차별을 막고자 2014년 10월 도입됐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 과정에서 받는 할인 혜택에서 격차가 크지 않도록 공시지원금 범위를 정해두고, 이보다 많은 금액을 제공하면 불법보조금으로 여겨 유통 매장에 법적 규제를 가하는 식이다.

국회에선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조승래·김승원·전혜숙(2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단통법 개정안 네 건이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살 때 받는 공시지원금은 이통사 지원금과 휴대폰 제조사의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총액만 공시하게 했다면, 개정안에선 이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분리공시제 특징이다. 공시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는 데 목적을 둔다.

단통법에 근거해 이동통신 시장을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역시 분리공시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연초 올해 업무계획을 밝히며 분리공시제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추가지원금 상향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도 별도로 추진한다. 추가지원금은 단말 유통 매장이 공시지원금 외에 매장 재량으로 고객에게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을 말한다. 현행 단통법에선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하지만 이를 넘기는 불법보조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상한선을 높여 불법보조금을 줄이고 소비자의 단말 구매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고낙준 방통위 과장은 "곧 추가지원금 상향을 포함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며 "국회 법안 제출 시점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 유통 업계 "방통위, 시장 호소 외면한 단통법 개정안 추진"

단말 유통 업계는 현재 단통법 개정 논의에서 그간 제시했던 시장 생태계 개선 방안이 빠져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 이통 3사, 유통 업체, 소비자 단체 등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협의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단통법 개정 방향을 잡고자 관계자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업계는 당시 나온 여러 의견들이 현 단통법 개정안 논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통 업계 어려움을 얘기했지만 현재 전혀 변하는 것 없이 단통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장려금 차별 조항이라든지 시장 안정화 정책이 이용자 서비스 거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됐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대구 지역에 내린 시장 안정화 정책 관련 문자메시지 모음 / IT조선 DB
시장 안정화 정책은 불법보조금 지급 등으로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는 지역에 이통사가 특정 기간 판매장려금(이통사가 고객 유치 대가로 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유통 현장에서 특정 기기나 요금제가 개통되면 지급하는 장려금을 줄이거나, 때에 따라서는 개통을 막는 식이다.

단말 유통 업계는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동네 상권을 형성하는 휴대폰 판매점 등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시장 제재 요구가 있으면 이통사가 지역마다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단말 개통이 지연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방통위가 2014년 제시한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30만원)이 현재까지 동일액으로 유지되는 점도 현장 어려움을 더한다. 업계는 통신 요금과 단말 가격이 올랐음에도 가이드라인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보니 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장려금이 줄어들면 매장 수익을 보장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폐지론도 수면 위로…"이커머스 시장 진입 제한 법안 마련 필요"

단말 유통 업계에선 단통법 폐지가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단통법이 불법보조금 규제에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차별이 지속한다는 이유다. 단통법이 개정된다고 한들 동네 상권의 생존권 위협이 계속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단말 판매점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 정책 폐지나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상향 등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판매점들은 서서히 말라 죽고 있다"며 "단통법 폐지 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네 상권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래 죽나 저래 죽나 같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단통법 폐지가 나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이달 17일부터 18일까지 회원인 전국 판매점주를 대상으로 단통법 폐지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의 90% 이상이 단통법 폐지를 택했다.

4월 29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산하 단체인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방통위에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문제 개선을 요구하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 KDMA
국회에서도 단통법 폐지 논의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은 현행법안은 폐기하되 이용자 후생 증진 관련 내용을 전기통신사업자법에 옮기는 단통법 폐지안을 2020년 발의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법안이 과방위에 계류된 상황이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 쪽에서 단통법 개선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며 "방통위는 규제 기관이기에 단통법 폐지에 따른 권한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 플랫폼 쪽에 이슈가 많다 보니 해당 분야 법안이 처리 우선순위에 올라가 있다"며 "단통법 개선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서 관련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말 판매점 업계는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그에 따라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국회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명훈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장은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을 포함해 업계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기에 차라리 나은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통법을 폐지하면 당장 쿠팡이나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 마진보다는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할인을 높이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이커머스 업계의 이같은 진출로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제한하는 법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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