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유통시장 枯死 위기] ⑤유통 구조 개선 위한 해법은 '규제 완화'와 'ESG'(마지막회)

입력 2021.05.21 06:00

①문제 외면 방통위에 강경 대응 예고
②온라인 매출 위해 오프라인 외면하는 이통사
③KAIT 묻지마 단속에 유통 현장은 시름
④단통법 개선 요구에도 국회는 미지근

단말 유통 시장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법안 도입 취지와 달리 불법보조금 지급 업체 탓에 시장 생태계가 크게 훼손이 됐다. 여기에 이통사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선량한 정상 판매점을 옥죄는 등 갑질 논란까지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문제 해소를 위해 기존 보조금 중심의 시장 규제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규제 완화로 이통 업계 경쟁을 강화하고, 이통사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판매점 대상 갑질 해소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간접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폰 모델이 홈버튼을 클릭하고 있는 모습 / 아이클릭아트
방통위·이통사 관망 속 단통법, 유통 구조 훼손 주범으로 전락

20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이동통신 및 단말 유통 업계에 따르면, 단말 유통 구조의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현장에서 나온다. 단통법을 근거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방통위 등 기관의 과도한 규제와 이통사 갑질을 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단통법은 단말 유통 시장의 생태계를 개선하면서 소비자 차별을 막고자 2014년 10월 도입됐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 과정에서 받는 할인 혜택에서 차별이 없도록 공시지원금 범위를 정해두고, 이보다 많은 금액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불법보조금으로 여겨 유통 매장에 법적 규제를 가한다.

단말 유통 업계는 단통법이 법안의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불법보조금을 지급하는 곳은 양심 매장으로, 단통법하에 적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호갱(호구 고객의 줄임말로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의 낮잡아 부르는 명칭) 양산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불법 매장 중심의 단말기 유통 문화가 오히려 강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불법 매장 단속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점차 전국의 동네 상권이 피해를 입었다. 일부 불법 업체는 초기에 집단상가를 기반으로 활동했지만, 갈수록 전국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합법 매장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 감독 기관은 오프라인 중심의 단속을 이어가지만, 불법 매장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사업 확대를 진행 중이다.

서명훈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장은 "법을 지키는 일반 매장은 폰팔이가 되고, 성지라 부르는 불법 매장은 양심 매장이 되는 게 현실이다"며 "과거 5~6년 전만 해도 지역단에서의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각 동네 도로변에도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성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불법 매장 전경 / IT조선
이통사는 불법 매장이 곳곳에 생긴 후 자주 시장 안정화 정책을 발동하는데, 이런 조치가 동네 상권을 더욱 옥죈다. 시장 안정화 정책은 불법보조금 지급 등으로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는 지역에 이통사가 특정 기간 판매장려금(이통사가 고객 유치 대가로 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유통 현장에서 특정 기기나 요금제가 개통되면 지급하는 장려금을 줄이거나, 때에 따라서는 개통을 막는 식이다.

휴대폰 판매점주들은 이통사의 시장 안정화 정책이 전국 단위로 수시로 내려오면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때에 따라 정책 내용이 조금씩 바뀌지만, 대다수 영업시간에 개통이 불가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개통 지연에 항의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불가피하게 불법인 우회 개통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데, 이때 KAIT 등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면 불법 매장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여기에 이통사가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단말 판매를 매장에 요구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판매장려금을 낮추는 마이너스 정책을 두면서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한다.

방통위가 2014년 제시한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을 30만원으로 유지하면서 마이너스 정책으로 인한 매장 수익은 매년 줄고 있다는 게 업계 호소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증가하는 통신 요금과 단말 가격에 맞지 않는 수준에 머무른 탓이다.

방통위, 단말 유통 구조 개선 책임…"이통사는 ESG 경영 위해 상생 협력 필수"

단말 유통 업계는 단통법에 따른 시장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한 방통위의 개선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에서 문제를 빚는 시장 안정화 정책을 완화하되 불법 매장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현실화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단통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현행법에 따른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법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한계가 명확한 만큼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도 단통법 폐지 법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학계에선 보조금 규제만이 단말 유통 시장에서의 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현행 단통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통 업계가 성숙 단계인 상황에선 소비자 고착 현상을 막는 번호이동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보조금을 허용하는 상황이 오히려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돕는다는 논리다.

4월 29일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방통위 항의 목적으로 정부 과천청사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 KDMA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2020년 10월 내놓은 단말 유통 구조 분석 보고서에서 이통사-대리점-판매점으로 내려가는 하향식 규제보다는 이통사 간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단말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단말 유통 구조의 문제는 단순히 구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구조 윗단에서의 차별성 부족, 경쟁 부족에서 발생한다"며 "유보신고제 등과 같은 규제 완화가 사업자 간 차별성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규제 완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유보신고제는 주요 통신사업자가 신고만 하면 새 요금제 상품을 출시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통신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선보이려면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하는 이용약관인과제(요금인가제)가 있었다. 시장에선 2020년 12월 유보신고제 시행 후 이통 3사의 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통사가 판매점에 행하는 갑질과 관련해서는 간접 규제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판매점주들은 이통사가 내리는 각종 정책으로 영업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판매점은 대리점과 계약 관계일 뿐,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다. 법적 계약 관계가 아닐 시 규제가 어렵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 평가다.

대신 전 업계가 주목하는 ESG 경영 이슈로 이통사가 스스로 불공정 문화를 개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ESG 경영 컨설팅 업체인 오픈루트의 김용희 전문위원은 "ESG 평가 기준에 동반 성장과 상생 협력 개념이 있다"며 "만약 해당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기업이 얻는 피해가 크기에 이를 지키도록 하는 상생 협력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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