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고강도 가상화폐 규제는 위헌' 여부 결론 초읽기

입력 2021.05.25 06:00

헌재, 1년 4개월의 침묵깨고 청구인 측에 추가 자료 요청

정부가 가상자산(가상화폐) 열풍을 잠재우겠다며 내놓은 고강도 대책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론이 조만간 나온다. 최근 헌재가 청구인 측 대리인(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에게 헌법소원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2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헌재는 4월 정희찬 변호사에게 ‘보정명령등본’을 발신했다. 보정명령등본이란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증거 자료를 추가로 수집하는 차원에서 보내지는 문서다.

헌재가 청구인 측 대리인에 요구한 자료는 청구인들의 가상자산 거래소 회원가입 내역과 해당 거래소를 통한 거래 일시 등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이전 거래소에 가입한 청구인들에게는 당시 발급받은 가상계좌가 1회용인지 고정 가상계좌인지도 소명하라고 했다. 헌재가 결정문을 작성하기에 앞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정 변호사는 "헌재 판결은 지난해 이미 나왔어야 하는 사안이다"라며 "헌재가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뜻인 만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재가 사실관계를 따진다는 것은 통상 결정문을 쓰기 전에 이뤄진다"며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IT조선
1년 4개월 만에 움직인 헌재…정부 고강도 규제는 위헌?

이번 자료 요청은 공개변론을 치룬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헌재는 앞서 2020년 1월 16일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과 관련해 공개변론 자리를 가졌다.

공개변론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고강도 규제를 두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총 7명의 헌법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장우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청구인 측 참고인)와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의장(금융위 측 참고인) 등이 참석해 공방을 벌였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2월 가상자산 투기를 근절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거래 실명제(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검·경 합동 가상자산 범죄 집중단속 등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또 2018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공개변론에서 정부 측은 가상화폐 거래가 익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마약거래, 자금세탁 범죄에 이용되면 추적이 어려워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테러 마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교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재산처분 권한을 제한한다며 헌법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347명을 대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는 위헌이다"라며 "국민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권력으로 투자 행위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관련업계는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금융위원회) 측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간 만큼, 수 개월 안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4월까지 공개변론에 대한 양측 의견서와 보충의견서 등을 수집한 이후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 헌법재판소
은행에 칼 자루 쥐어준 정부…"눈치 전략에 산업 발전 발목"

가상자산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로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은행에 칼 자루를 쥐어주면서 정부는 한 발 물러나 있는 식의 ‘거래실명제 도입’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느라 최근 3년간 실명계좌 계약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희찬 변호사도 지난해 공개변론에서 "은행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슈퍼 을(乙)일 수밖에 없다"며 "인가권과 인가취소권, 감독권, 임직원 인사권의 모든 권한을 금융위가 갖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사기업인 은행에서 자발적으로 따랐다기 보다는 암묵적인 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KB금융과 하나, 우리금융지주 등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자금세탁과 해킹 등 금융사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국내 200여곳의 거래소들은 집단 폐쇄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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