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개봉된 영화 ‘다이하드 4’. 일단의 테러집단이 천재 해커를 앞세워, 교통과 통신, 전기, 방송 등 미국내 모든 사회기간망을 초토화시킨다는 내용의 블록버스터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21년 5월, 이같은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전미 최대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서다. 미 동부 전체 석유 운송량의 절반을 담당하며, 서울과 부산을 10번 왕복하는 거리인 총연장 8850km의 이 회사 송유관이 일시에 셧다운됐다. 한마디로, 파이프 곳곳에 결속돼 유압과 유속 등을 실시간 체크하고 제어하는 각종 IoT 센싱들이 먹통이 된 거다. 그 결과, 뉴욕과 워싱톤 등 미 동부 전역의 휘발유값은 폭등했고, 급기야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해야 했다.
2019년 현재 지구상에는 약 270억대의 IoT 디바이스가 가동중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초당 127대의 단말이 신규 개설되고 있어, 오는 2025년이면 약 750억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일선 작업현장에서 IoT 기술을 적용중인 기업 대부분인 약 84%가, 보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가트너의 분석이다.
퍼프? 세이프!
아래는 국내 스마트홈 관련 특허출원건을 연도별로 나타낸 그래프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감소세에서 못벗어나고 있다. 왜일까? 홈네트워크 시범프로젝트 등 당시 관 주도의 지원사업이 갈수록 축소된 영향도 있지만, 상당 부분 시큐리티와 네트워크 등 관련 인프라 환경의 미성숙 때문이다. 이후 출원되고 있는 특허 대부분이 ‘보안’에 집중되고 있는 걸 보면, 그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각기 다른 지문을 부여했듯, 인간이 칩을 만들 때, 일종의 ‘반도체 지문’을 심어주는 것이다. 칩은 모든 IoT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기존의 SW적인 보안 프로그램과 달리, 퍼프는 칩 제조 공정상 나타나는 특별한 물리적 패턴, 즉 반도체 지문을 난숫값으로 활용한다. 그만큼 해킹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관련 특허출원도 해마다 급증세다. 미 특허청에 따르면, 퍼프 관련 US특허는 최근들어 연평균 60% 이상 늘고 있다. 무엇보다, 특허의 질을 가늠하는 ‘심사관 피인용수’가 출원건수를 상회하며,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퍼프의 기술적 우수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관련 최신 특허 하나 보자. 2020년 11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식별키 생성 장치 및 방법’이라는 특허다. 반도체의 상단 칩과 하단 칩을 붙이는 패키징 작업시, 웨이퍼에 비아 홀(via hole)이라는 작은 구멍을 뚫어, 이들 사이에 전기신호가 원활히 교환되도록 한다. 바로 이때 생기는 미세한 편차를 이용해 같은 공정, 같은 설계의 반도체들이라도, 모두 각기 다른 고유한 패턴, 이른바 ‘칩 지문’을 갖게 한다는 게 이 특허의 골자다. 지난 2010년 한양대학교 연구진이 원출원한 한국 특허를, 국내 한 스타트업이 10여년간 더욱 완성도를 높여 미국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퍼프IP 거래로 본 성장성
아래 인포그래픽은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는 퍼프 기술 관련 US특허의 거래 네트워크다. 주목할 건 IBM이다. 이 IBM이 양도한 퍼프 특허물건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주 시장에서 활발한 IP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글로벌 IP마켓의 퍼프특허 매물은 대부분 칩업체 소유다. 모두 지금 가장 핫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빅마우스들이다. 우리가 퍼프 시장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 이 한 장의 그래픽으로 넉넉히 증명된다.
유경동 IP컬럼니스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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