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는 블록체인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요 참여자다. 여기에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대형 거래소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시장이 이들 가상자산 거래소의 크고 작은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빗썸은 한 때 글로벌 거래량 1위를 기록했던 곳이다. 그런만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그런 빗썸에 최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의 ‘오너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다. 실명계좌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 발급 기준에 실소유주 위험 요소 평가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대주주 리스크가 빗썸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현행법을 중심으로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매각을 앞둔 빗썸이 최대 암초를 만났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실소유주 위험 평가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빗썸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높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실명계좌 계약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의장의 범죄 혐의가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빗썸은 매번 실소유주 문제로 진통을 겪어 왔다. 논란의 핵심은 빗썸 인수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충돌하고 형사 소송으로 번지면서 급기야 빗썸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모양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오너리스크…빗썸은 들쑥날쑥

빗썸 논란은 이 전 의장과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2019년 11월 홍콩 투자회사 윈가드 리미티드(Wingurad Limited)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데부터 시작된다. 두 사람이 빗썸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여력이 없는데도 공동 투자를 제안했다는 이유다. 빗썸의 주요 주주인 BTHMB홀딩스를 통해 빗썸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빗썸 코인인 BXA 토큰 문제가 불거졌다. BTHMB홀딩스가 빗썸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BXA 토큰은 발행했는데, 인수 실패로 토큰 사업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이 고소에 나섰다. 관련 사건으로 이 전 의장은 지난 4월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빗썸도 비상이 걸렸다.

특금법으로 구사일생…FATF 지침에는 충돌

논란 과정에서 최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졌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이 실소유주를 신고 수리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거래소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임원이나 대표가 일정한 범죄에 연루된 경우 수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범죄 이력 사업자를 대표와 임원으로 한정하고 법 시행 이후에 저지른 범죄로 제한하는 면책 규정을 뒀다. 최대주주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셈이다. 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이러한 면책 규정이 글로벌 자금세탁방지기구인 FATF의 지침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FATF는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특금법에 이같은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은행연합회가 최대주주 범죄 이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내용의 참고 자료를 발표하면서 빗썸의 최대주주 리스크가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현행법에 의한 직접 심사가 아닌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실소유주 범죄 이력 평가는 은행의 고유위험 평가 중 하나로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이미 특금법과 금융정보분석원 업무지침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어 강제 심사 항목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은행이 재량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범죄 이력 심사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유의할 대목이다. 부정적인 평판이 이어지면 경영 건전성이 낮다고 판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점을 줄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일관된 의견이다.

농협 실명계좌 거래 정지 여부에 관심 집중

빗썸은 지난 2월 농협과 실명계좌 이용 재계약에 성공했다. 원래대로라면 6개월 후인 오는 8월 재계약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전 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계속되고 관련 이슈가 이어진다면 그 전이라도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빗썸의 서버 장애가 반복된 점도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빗썸은 "법인과 대표, 임직원 모두 검찰에서 조사 중인 BXA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검찰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특정 주주는 주주의 한 사람일 뿐이며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고, 당사는 전문경영인 및 임직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실소유주가 경영에 참여했는지는 실명계좌 발급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회사의 운영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향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