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보다 뒤쳐지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인공지능(AI)결합 무인점포 기술에서는 한국보다 한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이 무인점포 확산의 불씨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야간 시간대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스마트점포 수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AI기술을 활용한 무인매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분석이다.

터치 투 고 무인점포. / 야후재팬
터치 투 고 무인점포. / 야후재팬
현지 대표적인 AI 활용 무인점포는 도쿄 타카나와게이트웨이역에 위치한 ‘터치 투 고(TOUCH TO GO)’다.

터치 투 고는 철도회사인 JR동일본과 IT기업 사인포스트가 함께 만들었다. 해당 무인점포에 적용된 AI결제 시스템 ‘TTG센스'는 현지 편의점 업체 패밀리마트와 슈퍼마켓 업체 키노쿠니야가 도입했다. 패밀리마트는 신주쿠 나카이역과 치요다구에 위치한 사피아타워에, 키노쿠니야는 토시마구 메지로역에 TTG센스 적용 매장을 열었다.

TTG센스는 미국의 ‘아마존 고'처럼 소비자가 집어든 상품을 카메라와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쇼핑을 끝낸 소비자가 결제 구역에 서면 화면을 통해 매대에서 집어온 상품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TTG센스를 도입한 키노쿠니야 매장의 경우 15평 남짓한 공간의 천장에 30대의 ToF(Time of Flight) 카메라를 설치했다. 올해 3월 오픈한 패밀리마트 사피아타워 S점에는 48대의 카메라 탑재 센서가 천장에 달렸다. AI카메라는 3차원 정보와 상품 이미지를 AI 딥러닝 기술로 파악한다. 터치투고가 밝힌 상품 인식률은 2021년 3월 기준 95%다.

터치투고는 2023년까지 AI 무인결제 시스템 TTG센스를 현지 100개 매장으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최종적으로 해당 시스템을 수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호소미 켄스케 패밀리마트 대표는 3월말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인점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AI 무인점포는 높아진 비대면 수요 해결은 물론 인력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며 "무인점포는 매장 운영비용은 물론 인건비 부담도 낮출 수 있어 가맹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패밀리마트 사피아타워 S점, 무인 결제를 위해 천장에 48대의 AI카메라가 탑재했다. / 야후재팬
패밀리마트 사피아타워 S점, 무인 결제를 위해 천장에 48대의 AI카메라가 탑재했다. / 야후재팬
패밀리마트에 따르면 기존 편의점은 결제와 상품 배치를 위해 2명 이상의 인력이 상시 배치돼야 하지만, TTG센스 도입 AI 무인편의점의 경우 상품 배치를 위해 1명의 인력을 필요에 따라 투입해 운영하면 된다.

현지 유통업체 트라이얼홀딩스는 2020년 7월, 치바시 나가누마에 AI 카메라 기술을 적용한 대형 매장을 오픈한 바 있다. 매장에는 자회사 리테일AI가 개발한 AI 카메라 700대가 설치됐다.

AI 카메라는 매대에 상품 재고가 있는지 파악해 관리자에게 상품 현황 정보를 전달한다. 리테일AI는 카메라에 비춰진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빅데이터화 한다. 언제 무엇이 얼마나 팔렸나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넘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손에 들고, 내려놓았는지 등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도출한다.

트라이얼에 따르면 AI 카메라는 현지 32개 점포에 총 3500대가 설치됐다.

나가타 히로유키 리테일AI 대표는 현지 매체 모노이스트 인터뷰를 통해 "대형 매장에 AI 카메라를 무인결제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용성을 고려한다면 AI카메라의 기능을 줄여 인공지능 정보 처리량을 줄이는 것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후지쯔는 최근 미국 스타트업 집핀(Zippin)과 손잡고 AI 무인점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집핀은 아마존 고와 유사한 AI 무인 결제 시스템 기술을 보유했다. 후지쯔는 집핀의 AI 무인 결제 시스템에 자사 얼굴·정맥인증 기술을 더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이나 결제수단 없이 맨몸으로 상품을 결제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비자 행동 분석을 통해 무인점포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시카와 유미 후지쯔 리테일비즈니스본부 디렉터는 "필요한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무인점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AI기술을 상품 인식부터 결제 시스템까지 접목한 사례가 없다. 도시공유플랫폼이 최근 성남시 현대지식산업센터에 선보인 무인점포에 배치된 자판기가 AI 딥러닝 기술을 통해 상품을 인식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급격하게 증가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 스마트 편의점도 아직 소비자가 직접 계산대에서 셀프정산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AI 무인점포 기술 수준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며 "아마존 고와 같은 높은 수준의 AI 기술이 적용된 무인점포는 아쉽게도 국내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