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26년 노인 인구가 21.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취약하다는 평가다. 보험 영역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대학, 연구소 등 여러 기관과 손잡고 고령 맞춤형 상품과 제도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보험선진국과 달리 상품도 부족할뿐더러 각종 규제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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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 속도에 비해 보험산업 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업과 상품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사업규제로 인해 보험업이 포용적 역할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치매·간병비 보장 등이 대부분…맞춤형 상품 없는 보험사도 존재

주요 보험사의 고령층 맞춤형 상품을 살펴보면 치매 보험과 간병비, 노인 질환 보장 보험이 대부분이다. 특약을 통해 질병 종류를 세분화해 보장해주는 정도가 맞춤형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따로 출시하지 않는 보험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반 상품 가입연령이 낮아 따로 고령자 관련 상품을 출시했지만, 현재는 일반 상품의 가입연령도 70세로 늘어나 따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나이가 드는 것과 관계없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기본적인 위험에 대비할 수는 있지만, 고령이 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제한적인 셈이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보험 상품 및 서비스 제공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리도 사업과 상품, 서비스 개념을 확대하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산업도 기존의 사후 보장 역할 중심에서 벗어나 노인질환의 조기 발견과 중증화 예방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며 "성장동력 확보에 한계를 느끼는 국내 보험산업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치밀하게 준비한 日 보험업 좋은 본보기

초고령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맞은 일본은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제도를 정비하고 연구기관과 협업해 유용한 제도를 도출하기도 했다.

일본은 민·관데이터 활용 기본법을 2016년에 제정하고 이듬해 100세 시대 구상회의를 통해 ‘100세 시대 삶 모델’ 구축을 선언했다. 정규 교과서를 통해 보험교육을 하고, 고령자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취약계층 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썼다. 일본 생명보험업계는 2020년 ‘100세 시대에 대비한 생명보험업계 역할’을 발표하며 정부의 노력에 화답했다.

민관이 합심하자 맞춤형 서비스가 쏟아졌다. 일본 니혼생명은 동경대학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 닛세이기초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고령계약자 가족대행 서비스를 만들었다. 해당 서비스는 생전과 사후 서비스로 구분되는데, 생전 서비스는 병원 통원 또는 퇴원 시 동행하거나 재산관리, 생활 간호 제공 등이 골자다. 사후 서비스는 장례와 유품 정리 등이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보험계약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에 의료비를 지불하는 ‘선진 의료급부금 직접지불 서비스’를 2018년 3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치매예방과 간병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다이이치생명은 치매예방 앱을 제공하고, 뇌운동 프로그램, 인지기능 테스트, 긴급 비상 방문서비스, 인지증 전문 전화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생명보험사가 간병사업자와 연계해 간병보험상품을 세분화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상우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고령자 간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또는 간병시설, 장례서비스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물급부서비스 선택제를 이미 2014년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인구구조가 유사한 일본 보험업계의 사례는 좋은 참고자료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고령층을 위한 보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