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 19년 340억
韓 공기업 공략 LG히다찌, 20년간 12억여원 배당

LG히다찌와 효성인포메이션 등 국내 합작법인을 통해 일본 기업 히타치가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은 대부분 스토리지, SI 등 IT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

히타치그룹은 한국 정부가 규정한 전범기업 299개사 중 하나다. 전범기업은 일제시절 우리나라 국민을 강제 징용해 이익을 거둔 기업이다.

히타치밴타라코리아 소개 이미지 / 한국히타치그룹 소개서 갈무리
히타치밴타라코리아 소개 이미지 / 한국히타치그룹 소개서 갈무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히타치는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 LG히다찌,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히타치코리아 등을 통해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는다.

매년 꾸준히 배당금을 챙기는 곳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에도 69억2000만원의 배당금이 지분 50%를 보유한 미국 히타치 밴타라 LCC(현 HV, 구 HDS)로 흘러갔다. HV는 히타치의 자회사다. 나머지 절반은 주식회사 효성의 몫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법인설립 초기인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챙긴 배당금 규모는 740억원에 육박한다. 그 중 HV가 챙긴 몫은 절반쯤인 370억원인 셈이다.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는 최근 수백억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의 지분구조는 LG전자가 49%, 히타치가 51%를 보유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히타치 계열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는 2020년 135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9년 배당금은 340억원에 달한다. 2018년부터 2014년까지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2013년과 2012년은 108억원, 2011년은 73억20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배당규모는 총 390억원이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총 1154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한 셈이다. 히타치가 챙긴 몫은 이 중에서 51%인 588억원쯤이다.

LG히다찌는 배당금 규모는 다른 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긴 하지만 경영권 이양 이후인 2000년 이후부터 20년간 총 12억4000만원을 웃도는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히다찌는 LG가 앞에 사명에 있어 LG계열사로 오해할 수 있으나 일본 히타치가 51%, 주식회사 LG가 49%의 지분을 보유해 엄밀히 말하면 히타치 계열사다. LG는 2000년 히타치에 경영권을 이양했다.

LG히다찌는 고객사의 상당 부분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전범기업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사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2012년 공공분야에 진출한 LG히다찌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법원,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국민연금, SR,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공공기관을 고객사례로 홍보 중이다.

국내 공공 금융권 수주를 발판삼아 2000년 400억원대였던 LG히다찌 매출은 2019년 1100억원대로 상승했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일본계 기업이 공공기관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2020년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전범기업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내 기업과의 합작법인은 아니지만 히타치는 히타치 국내 법인을 통해 배당금을 챙긴다. 히타치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히타치는 2020년 58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히타치밴타라코리아는 유한회사다보니 실적이나 배당내역 확인이 어렵다.

일부 법인은 과거 적자이거나 실적이 하락했는데도 배당을 계속 실시하거나 늘린 경우도 있었다. 배당 정책에 대해 묻기 위해 LG히다찌와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코리아 측에 취재를 시도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법인의 담당자들이 모두 휴가라고 응대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