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식품·유통업계 경품 트렌드를 선도한다. 주변 업체들은 여행용 가방에 이어 캠핑용품을 내놓은 스타벅스를 따라 유사한 상품을 기념품으로 내건다. 해당 상품들은 저마다 인기를 끌지만, 해당 업체가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브랜드’ 특유의 색깔과 정체성은 잘 살려내지 못한다. 인기 상품 무작정 따라하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가 쉽게 질리게 하는 등 시장 축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머데이 쿨러'는 최근 캠핑시즌을 맞아 스타벅스가 MZ세대(1981~2010년생) 핫(Hot) 아이템으로 제공하는 여름 한정 이벤트 상품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은 커피 쿠폰을 모으는 대신 비싼 값이라 하더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몰린다. 당근마켓 등 중고장터에서는 8만~10만원선에 거래된다. 중고장터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스타벅스 쿨러가 대박 조짐을 보이자 식품·유통업계 여기저기서 비슷한 상품을 선보인다. 스타벅스 지분을 가진 신세계는 SSG를 통해 아예 같은 상품이지만 색상만 다른 제품을 판매했고,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 SPC 파리바게뜨 등도 캠핑 쿨러 상품을 내놓았다.

식품·유통업계 스타벅스 따라하기는 지난해 구매대란을 일으켰던 ‘서머레디백' 때도 발생했다. 서머레디백이 SNS와 국내 매체 등을 통해 도배되자 이디야커피, 오비맥주 등 식품업체들이 재빠르게 레디백 상품을 선보였다. 최근 롯데제과는 미국 캠핑 브랜드와 손잡고 레디백 상품을 한정수량으로 시장에 풀었다.

하지만 인기 상품 무작정 따라하기가 장기적으로 시장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품이 시장에 범람하면 소비자 피로를 가중시키고, 이는 관심 저하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MZ 세대는 자신만의 가치를 중시하고 상품의 희소성을 높게 평가하는데, 유사 상품의 출시는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의 흥행을 위한 조치겠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 자체 색깔과 정체성을 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상품에 브랜드 스티커만 붙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 셈이다. 식품·유통업계 한정판 상품은 본래 신세대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위해 인기 상품을 카피할 경우 오히려 본연의 가치만 훼손한다.

스타벅스 따라하기 대신 자체 브랜드의 값어치를 담은 제품 발표에 공을 들이는 하이트진로와 빙그레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하이트진로는 1950년대 탄생된 진로 두꺼비를 리뉴얼한 캐릭터를 앞세워 MZ세대 사이서 호평을 받았다. 두꺼비 캐릭터 피규어와 두방울잔 등 인기 상품도 등장했다. 진로 두꺼비 캐릭터 전문 팝업스토어인 두껍상회는 전국을 순회하며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빙그레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선보이는 등 MZ세대에 호평받는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빙그레 왕국의 왕자'인 빙그레우스는 썰렁한 농담을 하는 인물이지만, 수준급 노래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빙그레 왕국의 캐릭터들이 등장한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영상은 빙그레 홍보 활동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유통업계는 인기 상품 카피에 목메달아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신세대 소비자 유입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잘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금물이다. 10년 뒤 아니 100년 뒤에도 사랑 받는 브랜드로 나으려면, 지금과 같은 단기 약처방식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