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협력 카드를 내밀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이 이통사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LG유플러스는 오히려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회선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을 앞질렀다.

LG유플러스 모델이 U+알뜰폰파트너스 2.0을 홍보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모델이 U+알뜰폰파트너스 2.0을 홍보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3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생 사업 명칭은 ‘U+알뜰폰파트너스 2.0’이다. 2019년 선보인 U+알뜰폰파트너스 1.0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알뜰폰 사업자 지원책이다.

강진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은 "U+알뜰폰파트너스 1.0이 사업자 중심의 프로그램이었다면, 2.0은 한발 더 나아가 고객 중심의 혜택을 강화한 프로그램이다"며 "알뜰폰 고객도 LG유플러스 찐팬(진성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U+알뜰폰파트너스 2.0은 LG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30개 알뜰폰 사업자가 고객 중심의 상품을 혁신해 내놓으면, LG유플러스가 고객 지원 개선을 지원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는 500개 매장에서 알뜰폰 사업자 관련 고객 서비스(CS)를 지원하고, 연간 20억원의 온라인 및 판촉물 홍보 등을 지원한다. 알뜰폰 사업자의 경영 교육과 단말 공급도 함께 진행한다.

LGU+, 중소 사업자와 상생해 알뜰폰 시장 점유율 확대 노린다

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협력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점차 가시화하는 사업 성과에 있다. LG유플러스는 4월 들어 처음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2위 사업자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 가입자는 4월 기준 223만2002명으로 전년 동기(121만9647명)보다 83% 늘었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수가 219만4395명인 것을 고려하면 3만7607명이 더 많다.

이동통신 업계는 LG유플러스가 경쟁사와 달리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 등 두 개의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 있는 점, SK텔레콤 대비 망 도매대가를 저렴하게 책정한 점 등을 호실적의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 등을 알뜰폰 자회사로 뒀고, 동시에 망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등 다양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끌어 모았다"며 "여기에 마케팅까지 강하게 추진하다 보니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6월 U+알뜰폰파트너스 1.0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파트너사의 영업 활동과 인프라를 지원했다. 공동 마케팅에도 나섰다. 그 결과 LG유플러스 파트너사의 누적 가입자 수는 2년 만에 평균 2배 증가했다. 월간 신규 가입자 수는 2019년 1분기 3만8000명 수준에서 올 1분기 7만3000명에 달한다.

강진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과 박준동 LG유플러스 제휴사업그룹장, 박재술 LG유플러스 MVNO영업1팀장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강진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과 박준동 LG유플러스 제휴사업그룹장, 박재술 LG유플러스 MVNO영업1팀장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일각에서는 이통 3사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이동하면서 이통사의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강진욱 LG유플러스 MVNO사업담당은 "이동통신(MNO) 3위 사업자에서 탈피하고자 여러 고민을 하던 중 알뜰폰(MVNO)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접하게 됐다"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함께 성장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켜 매출 증대와 수익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MNO와 충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합의를 통해 전사적 관점에서 매출이 증대하고 있다"며 "작년 동기 대비 1분기 무선사업 수익은 720억원쯤 증가했는데, 그 배경에 알뜰폰 사업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제휴사업그룹장은 "앞으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더 협력해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의 선도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파트너 사업자와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지속해서 동반 성장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4월 알뜰폰 가입자 수는 선불과 후불 요금제 포함 605만3598명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가 5월 기준 8만6874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5만9039명 늘었다. 12개월 연속 순증세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