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클라우드 시대 커진 시스코코리아 존재감

입력 2021.06.06 06:00

클라우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스코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스코는 클라우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신경쓸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보안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 기업이다.

시스코는 스위치, 무선 LAN 등 기업 네트워킹 시장에서 오랜기간 점유율 1위를 지킨다. 국내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초기에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최초 상용 인터넷망인 데이콤의 보라넷과 KT의 코넷에 장비를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시스코는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이하 시스코코리아)의 매출 성장률이 아시아 태평양, 일본 및 중국(APJC) 지역에서 두드러진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 / 시스코코리아
서울 강남구 시스코코리아 사무실에서 IT조선과 만난 조범구 대표는 그간 이룬 성과를 전했다. 조 대표는 "회계연도가 7월 말까지인데, 2021년 회계연도 기준 실적 성장을 한 많지 않은 나라 중 한 곳이 바로 한국이다"며 "위기 관리를 잘한 유일한 나라로, 2021년 5~7월이 4분기인데 매 분기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하드웨어(단말) 분야 비중이 높았지만, 이제 서비스 매출의 65%에 달한다"며 "소프트웨어 매출이 하드웨어를 넘어선 셈이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기업이 시스코를 찾는 이유

그는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시스코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조 대표는 "클라우드를 도입한 고객들이 실제 사용해보니 비용통제가 안 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IO)가 부딪히는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기술 발달과 함께 점점 아키텍처와 보안이 복잡해지는 데다 커넥티비티(네트워크 연결) 비용까지 늘어나자 효율성을 위한 방법을 찾다가 우리에게 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선은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통 이중화로 회선을 구성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광대역네트워크(SD-WAN)다"며 "시스코는 SD-WAN 솔루션은 물론 보안 액세스 서비스 에지(SASE), 듀오 등 고객에게 제안할 솔루션이 다양해 기업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OT보안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소통수단 필요성 증가로 시스코의 웹엑스를 찾는 곳도 늘고 있다. 시스코의 웹엑스는 포춘 500대 기업 95%가 사용 중인 솔루션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보안을 중시하는 금융권을 비롯해 정부, 교육 및 의료 등 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국회에서도 2020년 웹엑스 기반 영상회의를 도입했다.

조 대표는 "지난 2년 반 동안 웹엑스 관련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며 "화상회의 내용의 보안을 중시하는 곳일수록 웹엑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의 깊이가 깊을수록 퍼포먼스가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화상회의 솔루션이 깊은 암호화를 하지 못한다"며 "심지어 암호화를 하더라도 키값이 같이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보안에 취약한 솔루션도 있기 때문에 보안을 중시하는 고객들은 웹엑스를 찾는다"고 부연했다. 웹엑스는 회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암호화되는 종단간 암호화를 지원한다.

한국의 CDA 론칭, 그리고 그 후

남다른 열정을 지닌 그는 새로운 성과를 하나 더 만들었다. 바로 국가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는 CDA 프로그램을 한국에 론칭한 것이다. 조 대표의 적극적인 건의 덕분이었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 / 시스코코리아
그는 "한국이 CDA 지원대상에 빠진 것을 회의에서 직접 건의했고, 그 의견을 척 로빈스 회장이 바로 수락했다"며 "시스코의 사업을 키우는 것도 목적이지만, 시스코코리아가 한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본사 자원을 푸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장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작다보니 소외당하는 부분이 있기에, 최대한 한국 시장의 장점을 어필해 본사 자원을 끌어오고 있다"며 "전국 광전송망에 투자하는 것도 매우 큰 성과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삼성전자, 현대차, 광운대 등과 8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단기간 성과를 쥐어짜기보다는 3년 동안 기술검증(PoC)이나 데모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2년 차에 어느정도 성과를 내면 다시 3년을 늘리는 방향도 고려 중이다.

조 대표는 "만약 1000억원정도의 장비가 필요하다면 CDA 펀드를 통해선 10~20억원의 비용으로 가져올 수 있다"며 "엄청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디지털뉴딜 정책을 적극 지원할 의향을 밝히면서도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공공시장의 최저가 입찰은 좋은 솔루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우리나라 공공기관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쓰고 더 빠르게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호주 심지어 일본도 좋은 제품을 적극 채용한다"며 "중국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시스코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위에서 의사결정을 바로 내리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실제 장비가 들어갈 때 결국 구매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코코리아에 두 번째로 대표가 된 만큼 작지만 큰 변화들을 꿈꾼다. 이미 일부는 이뤄낸 것도 있다. 조 대표는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가져오는 것, 내부에서 사장을 승진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대표로 있는 동안 해내고 싶은 일들이다"고 전했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1961년생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열정은 여느 젊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못지않다. 마치 대본을 읽는 듯이 질문에 술술 답하는 달변가기도 하다. 그는 첫만남부터 열정을 뿜어냈다. 줄이 그어진 수첩과 검정, 빨강, 파랑 색깔 볼펜을 나란히 펼쳐놓으며 인터뷰에 임했다. 묵직한 이미지와 달리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남다른 언변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조 대표는 IT 업계의 마당발이기도 하다.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와 KAIST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1989년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에 입사했다. 엑센츄어에서 첨단전자산업부 대표, 아태지역 소비자전자사업부 대표, 아태지역 첨단전자사업부 대표를 연이어 역임했다.

그가 시스코 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이다. 2년 후인 2011년 삼성전자로 적을 옮기며 B2B 솔루션센터장을 맡게 됐다. 이후 무선사업부 B2B센터장, 글로벌센터 B2B사업팀장을 연이어 맡았다.

조 대표는 2016년 다시 시스코 코리아와 재회했다. 다시 돌아오기로 한 결정을 ‘제일 잘 한 결정이다’고 표현할 정도로 회사를 향한 애정을 쏟아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스코의 사내문화다. 직원 대다수는 출근하지 않는다. 그는 사무실 곳곳을 직접 안내해주며 웹엑스의 유용함과 스마트워크의 편리함을 직접 설파했다.

그는 열정 넘치는 CEO자 맛집을 열렬히 사랑하는 미식가기도 하다. 그의 핸드폰에는 수백개의 맛집 리스트가 저장돼 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배려와 센스로 부드럽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의 노련미 넘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시스코가 그를 다시 찾은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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