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전동화 시대 1·2위를 다투는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인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폭스바겐이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유럽에 쌓았던 이미지에 더해 전기차인 ID.4와 ID.3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ID.4와 ID.3는 전동화 시대 폭스바겐의 포트폴리오를 책임질 ID시리즈의 시초 차량이다. ID.4는 올해 4월 유럽에서 7000대 이상 판매돼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이름을 올렸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ID.4와 ID.3는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이다. ID.4의 경우 크로스오버 형태로 디자인됐으며, ID.3는 유럽 운전가 취향에 맞게 해치백 형태로 디자인됐다. 두 차량모두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다. ID.4 국내 출시는 2022년으로 예정돼있으며, ID.3의 경우 유럽공략을 위한 전략형 차량에 가까워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

테슬라 잡은 ID.4, 아이오닉5의 직접적 경쟁자

폭스바겐에서 출시한 크로스오버형 SUV 전기차 ID.4 / 이민우 기자
폭스바겐에서 출시한 크로스오버형 SUV 전기차 ID.4 / 이민우 기자
ID.4는 전체적인 성능과 디자인 유형에서 아이오닉5와 매우 비슷하다. 항속거리도 WLTP기준 520㎞인데다, 크로스오버형 SUV라는 점에서 국내 출시시 아이오닉5와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된다.

처음 실물로 만나본 ID.4는 전기차의 느낌을 한껏 살린 아이오닉5보다는 내연차의 디자인을 차용한 느낌덕분에 더 익숙한 느낌이었다. 대신 내연차 처럼 센터콘솔에 배치된게 아니라 운전대 근처에 삽입된 로커 스위치 방식 기어가 ID.4의 본질이 전기차임을 알려줬다.

ID.4의 내부 인테리어와 와이퍼 조작계의 위치 / 이민우 기자
ID.4의 내부 인테리어와 와이퍼 조작계의 위치 / 이민우 기자
ID.4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질감과 구성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운전대 상단과 차문에 적용된 인조가죽은 재활용 소재를 섞었음에도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했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전면 하단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에 마름모꼴 형태가 적용돼 국내의 그랜저나 K8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쉬운 부분은 인포테인먼트 조작계 배치다. 스티어링휠(운전대) 부분이나 전면 중앙의 디스플레이 등에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대 측면에 전원 버튼이 붙어있거나 운전대 옆 쪽 남는 전면 공간에 와이퍼 작동 버튼이 있는 등 조작계가 다소 흩어져 있는 느낌이다.

유럽 맞춤형 ID.3, 가성비에 집중한 일장일단

폭스바겐의 준중형 전기차인 ID.3 / 이민우 기자
폭스바겐의 준중형 전기차인 ID.3 / 이민우 기자
‘귀엽지만 단단해 보인다’, ID.3를 처음보고 받은 느낌이다. 2019년 단종폭스바겐의 상징인 비틀의 몸집을 조금 키워 전기차로 환생시킨 모양새였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2019년 비틀의 단종시 헌정영상 마지막에서 비틀과 ID.3를 잇는 듯한 영상 구성을 선보였는데, ID.3가 외관면에서 ‘저렴하고 튼튼함’을 조건으로 개발됐던 비틀의 정신을 제법 잘 반영했다.

ID.3는 전형적으로 유럽 소비자의 눈높이을 겨냥한 차량이다. 유럽은 시내 주행이 많고 도로환경이 좁은 특성상 차체가 작으면서도 품질은 우수한 가격대성능비를 중시한다. ID.3와 비슷한 계열의 르노 조에(ZOE) 등의 소형 전기차 유럽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다. ID.3는 이를 의식해 작은 차체와 공간에도 오밀조밀하게 필요한 사양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폭스바겐 ID.3의 조작계 내부와 2열 좌석 공간 / 이민우 기자
폭스바겐 ID.3의 조작계 내부와 2열 좌석 공간 / 이민우 기자
스티어링휠에 삽입된 조작버튼도 화려하기보다 깔끔한 디자인에 맞춰 삽입됐다. 10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의 위치와 밑에 삽입된 공조조작계도 운전자를 고려해 조작이 쉬운 곳으로 배치됐다. 스티어링 휠에 사용된 자재나 전체적인 부품들의 마감상태도 단차 등이 적어 기대이상이었다.

ID.3에서 아쉬웠던 점은 2열 좌석의 공간이다. 전장이 4262㎜라 좌석공간도 짧은데다 1열 좌석과 거리가 크지 않아 다리를 다 뻗기 어려웠다. 180cm 성인남성이 탑승했을 경우가 답답함을 느낄수도 있다. 다행히 좌석 시트의 착석감은 고전적인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꽤 편안했다. 푹신하지만 일정 깊이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지는 시트가 몸을 잘 감쌌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