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빅테크 기업 향한 초고강도 규제 꺼냈다

입력 2021.06.14 11:17

미국 하원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의 빅테크 기업만 겨냥한 초고강도 규제 칼날을 꺼내들었다. 이들은 법안을 통해 빅테크 기업이 경쟁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토록 했다. 현실화되면 기업 분할도 가능해져, 지난 수십년 간 가장 강력한 독점방지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픽사베이
데이비드 시실리니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위원장과 켄 벅 공화당 간사를 비롯한 양당 의원은 11일(현지시간)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시가총액 6000억달러 이상, 월 활성 사용자 5000만명 이상 빅테크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4곳만 적용된다.

이번 법안 발의는 이들 회사가 강력한 플랫폼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끝없이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막고 있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공화당 등 양당 의원은 1년4개월 전부터 4개 빅테크 회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해왔다.

법안은 총 5개 세부 법안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법안은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상품을 팔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에서 16종의 자체 브랜드(PB)상품을 ‘아마존베이식'이라는 이름으로 저렴하게 팔고 있다. 이는 다른 판매자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플랫폼 운영과 판매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 해당 법안의 내용이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아마존닷컴을 자체 PB상품만 파는 공간과 다른 업체들의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 쪼개거나, 자체 PB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인수합병도 어려워지도록 했다. 페이스북이 일찍이 인스타그램과 같이 시장에 막 진입한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이는 ‘킬러 합병'을 어렵게 하는 법안이다. IT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면 인수 결정이 시장의 건강한 경쟁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을 인수해서 몸집을 불리고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일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때 한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전송해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 테크 대기업의 제품이나 검색 결과에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것도 금지된다. 구글 검색 결과에 유튜브나 구글맵 안내 내용이 먼저 나오면 안 되는 식이다.

다만 이 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미중갈등을 언급하면서 해당 법안이 미국 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 로비단체 넷초이스는 "중국 기업 위협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이 대책이 미국 기업의 무릎을 꿇려 혁신 동력을 저해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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