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작년 대비 30%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타격을 입은 예술계와 달리 미국의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오히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미술품 담보대출의 90%는 미국에서 이뤄진다. 물론 유럽, 중국 등 여러 나라에도 시장이 존재한다. 다만 유럽의 경우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2차 세계 대전 전후 전당포에 미술품을 맡기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존재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점점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짐에 따라 유럽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 또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미국과 비교해서는 그 규모가 작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어떻게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이 크게 조성되어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미국의 미술 시장 규모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전체의 40%). 통일 상거래 법(UCC, Uniform Commercial Code)이 제공하는 법적 환경 또한 대출기관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덜어준다. 저금리 시대 주식, 채권 등의 기존 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낮고 하방위험이 적은 예술품을 투자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의 갈망이 예술품 담보대출 활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시장을 점점 확대시키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상황과 고객의 니즈가 만나 미국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딜로이트에서 매년 발행하는 리포트 Art & Finance에서는 지난 5년간 미국의 담보대출 시장이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JP모건,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체 서비스의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고 인터뷰 한 바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대출 규모가 작년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예술품 담보대출의 80%가 대형 은행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장 전체의 규모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여력이 충분한 블루오션이다. 금융기관 외 미술품 담보대출 규모가 가장 큰 기관 중 하나인 소더비(Sotheby’s)의 Alex Klabin은 CNBC 인터뷰에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의 가치는 약 2조 달러(한화로 약 2233조 원)로 추산되지만 아직 담보대출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한화로 22조3300억 원)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상태에서 보았을 때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20배가량 증가한 4000억 달러(한화로 446조6000억 원)를 쉽게 넘어 설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반면, 국내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은 그 규모가 크지 않다. 몇 년 전 저축은행 사태와 함께 아직 미술품 담보대출 성공 사례가 전무해 예술품 매매와 같은 직접 금융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미술품 담보대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하나은행의 사례를 볼 수 있다. 1997년 11월 우리 나라 최초로 미술품 담보대출을 시도했지만 IMF와 함께 서비스를 종료한 하나은행에서 최근 다시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서울옥션과 협업해 아레테 큐브(Arete Cube)를 오픈하고 PB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하나은행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담보물이 되는 미술품의 객관적 가치 분석의 어려움, 환금성 부족 등의 이유로 미술품 담보대출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는 미국처럼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도 미술품 담보대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박지혜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는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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