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반도체 등 기간산업 종사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경쟁국인 대만이 29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우선 접종하는 것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15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3분기 접종계획 수립을 앞두고 반도체 등 기간산업 종사자를 우선 접종대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설치된 코로나 검사소에서 직원이 검체 채취를 받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설치된 코로나 검사소에서 직원이 검체 채취를 받는 모습 / 삼성전자
이날 브리핑에서는 한 반도체 기업이 종사자들간 접종 시작일과 백신 종류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며, 기간산업 종사자에 대한 우선접종이 예정돼 있냐는 질의가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사회 기간산업 종사자에 대해 우선접종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3분기 접종순서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리되는 대로 안내해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만은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관련부문 900개 사업장 29만명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기로 했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이 일부 전자산업 관련 공장으로까지 확산하자 전략 산업을 사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공상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과학기술부(MOST)는 최근 3개 과학단지 인력을 우선 접종대상에 올려 코로나 검사 및 백신접종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했다. 대형 접종 시설 6곳도 설치한다.

대만 과기부는 보건당국의 세부 지침에 따라 관련 조치를 운용할 것이라면서 과학단지 내 900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과학단지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 공장이 있다. 이들 시설은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을 차지하며 단지 내 근로자 등 인력은 29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기간산업 종사자 우선접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특혜 논란도 있었던 만큼,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