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새롭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는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합미디어법 제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3회 미디어리더스포럼을 개최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리더스포럼은 미디어 학계 전문가가 모여 차기 정부가 살펴야 하는 다섯 가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아젠다를 제시한 후 이를 토대로 토론하는 자리다.

미디어리더스포럼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리더스포럼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미디어미래연구소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이번 포럼에서 좌장을 맡았다. 발제자이자 토론 패널로는 곽정호 교수(호서대), 김진기 교수(한국항공대), 박천일 교수(숙명여대), 성동규 교수(중앙대), 안치득 교수(연세대), 정준희 교수(한양대), 최영묵 교수(성공회대), 황근 교수(선문대)가 참석했다.

토론에 참석한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ICT 정부 거버넌스와 통합미디어법 제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아젠다를 차기 정부의 주요 아젠다로 언급했다.

성동규 교수는 ICT 정부 거버넌스와 관련해 2017년 대선 국면에서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문제를 빚고 있다고 밝혔다. ICT를 둘러싼 관련부처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슈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부처 간 중첩돼 있는 기능을 조정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준희 교수와 최영묵 교수, 황근 교수 역시 거버넌스 체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정책 거버넌스를 통합적으로 구축하면서 정보통신과 미디어 연관 법제의 통합 및 재정비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와 하위 공공기관의 재배치가 요구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를 신설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방안도 함께다.

토론에서는 통합 미디어법 제정의 필요성이 주요 논의 주제로 올랐다. 정 교수는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등을 통합한 미디어법 제정과 함께 정보통신연관법령을 통합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방송법과 IPTV법의 단순한 기계적 통합법이 아닌,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포괄하는 실효성 높인 통함미디어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논의 주제에 올랐다. 황근 교수는 상업방송과 차별성 없는 제도상의 공영방송에서 벗어나 공적 책무를 실현할 체제 구축을 위해 사회 구성집단과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동규 교수는 방송법상 공영방송 개념이 부재하므로 역할 정립이 필요하며 편향 보도를 방지할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천일 교수는 공영방송의 지속적인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국진 소장은 "토론자들이 과거 논의가 진행된 바 있는 ICT 거버넌스와 통합미디어법, 공영방송 개혁 아젠다를 차기 정부의 아젠다로 또 선정한 것은 ICT 정책이 10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포럼은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다"고 말했다.

김진기 교수는 주파수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 수평적 규제 체계로 전파 이용 제도를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단일 주파수 이용 체계인 주파수 면허제와 주파수 이용권 부여, 이용대가 부과 등에서 이용 주체별로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전파 이용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합리적인 요금 정책 마련도 요구했다. 반값 통신비 등의 정치 구호에 입각한 요금 결정보다는 과학적인 요금 수준을 책정해 점검해야 한다는 논지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측은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내용을 심화 연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