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형 없어도 괜찮아’ SK이노의 파우치 일편단심

입력 2021.06.21 06:00

SK이노베이션이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각형 중심 배터리 내재화(자체생산) 선언에도 꿋꿋이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 새로운 폼팩터(형태)로 섣부른 전환 보다는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중이다.

SK이노베이션 파우치형 배터리 / 이광영기자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적으로도 파우치형 배터리로 단일화 한 사업 전략을 가져갈 계획이다. 회사 내부에서 각형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일부 추진 중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역시 빨라도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되기에 올인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외 다른 형태의 배터리 개발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라고만 답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으로 나뉜다.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는 파우치형은 얇은 비닐 재질의 주머니에 담는 형태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배터리 재료를 층층이 쌓아올려 만들기 때문에 공간을 빈틈없이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다. 다만 생산 원가가 높고, 유휴 공간이 적은 탓에 열 관리가 어렵다.

각형 배터리는 사각형 캔 모양이다. 파우치형에 비해 제작 공정 단계가 간소해 대량 생산 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가장 오래된 배터리 기술이다. 과거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사용하다가 테슬라가 전기차용으로 선택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표준화된 크기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원가 부담이 가장 낮다. 하지만 원통 형태의 특성상 공간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각형 배터리 생산 여부가 주목받는 것은 글로벌 전기차 2위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해서다. 폭스바겐은 3월 열린 ‘파워데이’를 통해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2030년까지 80%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 폭스바겐 내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각형으로 폼팩터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우치형을 중심으로 한창 몸집을 불려가는 시기에 각형 생산라인으로 전환은 중단기 성장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K배터리의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시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는 전체 배터리 사용량(144GWh) 중 27.8%를 기록하며 2019년 대비 점유율이 11.8%포인트 상승했다. 파우치형은 2021년에도 소폭 상승한 31%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최근 포드와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 설립에 따라 현재 전기차 배터리 누적 수주 규모는 1000GWh에 달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130조원이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에 이은 글로벌 톱3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파우치형으로만 이미 100조원이 넘는 안정적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고, 각형 생산으로 전환할 여력도 없다"며 "파우치형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되, 타 폼팩터의 대세화가 굳어질 경우 늦지 않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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