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뺏긴 신동빈號, e커머스 새판 짜기 시동

입력 2021.06.19 06:00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펼쳐진 ‘롯데 vs 신세계' 경쟁이 사실상 신세계의 승리로 기울었다. 롯데온의 저조한 실적으로 수장까지 교체한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이번 이베이 인수 실패가 뼈아프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가 e커머스 시장에서 새 성장전략을 짜야할 판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
롯데쇼핑은 2020년 e커머스 플랫폼 ‘롯데온(ON)’을 출범시키며 공격적으로 온라인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5%에 머무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 탓에 e커머스 부문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는 진통도 겪었다.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보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더 원할 것이란 분석이 팽배했다.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 영입도 인수 가능성 목소리를 더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

롯데그룹이 e커머스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30조원에 육박했던 롯데쇼핑 매출은 2020년 16조76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2015년 8537억원에서 지난해 3461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쇼핑은 4년 동안 적자로 2조원(1조9730억원)을 날렸다.

롯데쇼핑의 2020년 온라인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로 급등한 온라인 수요 증가와 롯데온의 론칭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규모다. 경쟁자로 평가받는 신세계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37% 늘어난 3조9236억원이다.

롯데그룹은 나영호 부사장 체제 출범 후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개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영호 부사장은 우선 롯데마트가 갖춘 신선식품 경쟁력을 롯데온에 접목시킨다는 계획을 내비췄다. 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 시너지 강화로 충성 고객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수면 아래서 대기중인 롯데쇼핑의 플랜B는 ‘간편결제 고도화’와 ‘중고거래 플랫폼 활용’이다.

롯데쇼핑은 나영호 부사장 영입에 앞서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모바일 e쿠폰 사업을 68억원에 양수하고 자체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를 도입하는 등 결제 시스템 재정비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 재적 시절 유료회원 서비스 ‘스마일클럽’과 간편결제 시스템인 ‘스마일페이’를 만들었다 평가받는 만큼 롯데의 회원제와 엘페이 간편결제 등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e쿠폰 사업은 ‘선물하기' 플랫폼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커머스가 ‘선물하기' 쇼핑 사업으로 2020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4%, 영업이익 110% 증가를 기록하는 등 모바일 e쿠폰 사업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중고거래'도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 성장을 이끌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3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200억~3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인수가 아닌 투자라고 말하지만, 유통업계는 사실상 인수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플랫폼 1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거래규모는 2017년 2조1000억원에서 2020년 5조원으로 껑충뛰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롯데온과 롯데 유통채널에 결합하는 것으로 재고 매출을 끌어 올릴 수 있고, 이용자의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로 이른바 잘 팔리는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것으로 e커머스 실적을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이마트 연합처럼 롯데가 새 우군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SK텔레콤의 11번가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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