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스페인 등에 업은 K배터리, 中 영토확장에 맞서

입력 2021.06.19 06:00

K배터리가 영국과 스페인 정부에 러브콜을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는 주로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권에 생산기지를 건설 중인데, 영국·스페인 등 서유럽에도 거점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신규 투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내 영토 확장을 억제하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스웨덴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유럽은 2020년 전기차 140만대가 판매돼 중국의 시장 규모(130만대)를 넘어섰다. 유럽의 엄격한 탄소배출 규제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이 앞다퉈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 상당 수 국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채택고 있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경제인협회 연례포럼 및 개막 만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18일 외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국내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과 LG를 포함해 6개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와 논의 중인 회사는 미국 포드, 일본 닛산, 영국 스타트업인 브리티시볼트와 이노뱃 오토(InoBat Auto)가 포함됐다.

영국 정부는 2030년 휘발유·경유 기반 일반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금지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 신차까지 금지할 계획이다. 전기차용으로 자동차 생산 시설 전환이 절실한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함께 투자를 위한 초기 협상 단계를 밟는 중이며, 이들이 영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와 계약 체결을 통해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중심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스페인도 자국 내 K배터리의 투자를 적극 유치 중이다. 자동차 제조강국인 스페인은 8개 완성차 기업이 15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전무하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로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16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스페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스페인 그린·디지털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해 "스페인은 리튬 광산을 보유했고, 주요 자동차 공장도 많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으로서 큰 매력이 있는 곳이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기술력, 풍부한 사업 경험이 함께한다면 어떤 협업 모델보다 더 훌륭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주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을 닫는 닛산 완성차 공장을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닛산 공장 폐쇄로 인한 실직을 최소화하고 전기차 보급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CATL은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기 위해 내수뿐 아니라 유럽에서 영토 확장을 본격화 했다.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 18억유로(2조4500억원)를 투입해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연말부터 가동에 돌입해 연간 14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2025년에는 연간 100GWh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100GWh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생산능력(70GWh)을 뛰어넘는 수치다.

CATL이 이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테슬라가 유럽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푸르트 공장은 베를린 기가팩토리와 불과 200마일(320㎞) 떨어져 있다. 테슬라가 독일 기가팩토리에 필요한 배터리를 CATL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CATL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2020년 8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독일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각형 배터리를 표준으로 채택한 폭스바겐과 계약 규모를 늘리는 중이며 BMW와도 2019년 11월 73억유로(9조5000억원) 규모의 각형 배터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4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점유율 4위에 올랐다. 테슬라 모델3(중국산 유럽 수출 물량)를 비롯해 푸조 e-2008, 오펠(복스홀) 코르사 등 순수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4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자국시장 중심으로 몸집을 키운 CATL이 유럽시장까지 세를 넓히는 만큼 K배터리도 신규 거점을 확보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가 향후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최근 유럽 완성차 기업과 동맹 강화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 러브콜을 보내는 영국과 스페인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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