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 이후의 복무 규칙을 다시 짜라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1.06.28 06:00

    최근 노동 현장에서 다양한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노노갈등을 타개하기 위해 이사장이 단식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사장에게 ‘식사’가 아니라 ‘직’을 걸고 해결하라는 비아냥도 돌고 있다. 1600명에 달하는 고객센터 외주 상담요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데다 정규직원들은 직고용을 반대하며 청와대에 청원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규직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공정 이슈가 등장하면서 제2의 인국공 사태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든 업무는 성격에 따라 다양한 처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외주, 임시계약직, 일회성 계약 등 여러 형태의 고용이 있을 터인데 비정규직제로 같은 정치적 선언을 하니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생기고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과로사 방지를 위해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류작업을 회사가 책임지기로 한 협약을 지키라며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하며 택배 대혼란이 있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택배노조의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정규직인 집배원을 투입한다고 해 갈등이 더 고조되기도 하였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에 일정 대가를 치르는 구조라서 노조의 요구를 더 수용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택배기사들은 일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정액제 월급을 받는 일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로를 피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택배 건수를 줄이면 수입이 줄게 된다. 그래서 우선 나온 요구 사항이 지금까지 담당했던 분류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분류작업 제외는 배당 건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어서 업무 부담이 줄더라도 수입은 줄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코로나로 택배 물량이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상태에서는 구역을 더 나누어 일인당 담당건수를 낮추기 전에는 과로를 줄일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과로를 하고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는 구조에서 근로 시간을 줄여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동의할 지 알 수 없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줄인다고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고, 물류유통회사들의 이익 구조가 나빠질 것이다. 그러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앉아서 사업을 그르칠 수 없으니 궁극적으로는 자동화 등으로 노동자들의 일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변해 갈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관련 처벌을 유예하고, 자연재해 및 재난 시 해당 업무를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만 연장근로를 허락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조건을 업무량이 늘어나는 등 경영상 사유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IT 업계 노동조합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확대, 재량 근로제 허용 확대, 주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시적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이 연장되면 IT 업계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시킬 수 있게 된다는 비판이다. 주 52시간 정착을 향해야 할 때에 청년들의 야근이 일상화되어 청년노동자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반면 IT 업계 경영자들은 산업의 특성상 주 52시간제가 기업이나 노동자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반복적으로 똑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으로 근로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시간으로 규율할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기 성취에 빠져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까지 강제로 스위치를 끄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구열에 불타 밤새 공부하는 학생에게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하루에 정해진 시간 이상은 하지 말라는 꼴이다.

    그런가 하면 삼성그룹의 한 계열사의 일부 노조가 임금 인상을 놓고 파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노조원이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간부 6명이 천막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에서 드디어 노조 파업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거리는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국민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다른데도 아니고 삼성이라는 최고의 기업에서 임금인상 2%를 놓고 파업도 황제 노조답게 하는가 싶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이 참 답답하다. 현장을 살피라 하니 현장 하나하나 마다 개입하고 심지어는 개별기업의 경영사항까지 마구잡이로 결정하려 든다.
    반면 현장과 산업의 특성들을 감안해 세심하게 법과 정책을 만들어야 함에도 정치적 선언을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사후에 수습하려 하니 혼란만 가중된다.

    현장을 두루 살펴 산업의 변화와 이슈를 놓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바둑판의 돌 하나하나가 아니라 판 전체를 봐야 한다. 차제에 4차산업혁명 이후의 복무 규칙(Rule of Engagement)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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