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곳곳에서 대립각을 세운다. 일례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추진에 따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 도입을 두고는 규제 형평성을 놓고 다툰다. 금융권은 핀테크가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은행 고유 업무인 예금·대출 업무를 하지 않다며 동일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선다.

이종산업 간 융합이 가속되고 신기술 적용으로 기존 서비스가 새롭게 재탄생하는 시점에서 ‘동일 서비스’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만 놓고 보았을 때도 할부나 현금서비스를 할 수 없는 30만원 한도 후불결제서비스가 100% 기존 은행과 카드 서비스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혁신을 시도하는 신규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문턱을 낮춰주는 측면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은 중요하지만, 규제 대상과 성격이 다른 부분을 놓고 다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혁신을 향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디지털 금융에 관한 법령을 앞다퉈 개정하며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기술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업권별 다툼 속에 그 근간인 전금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담은 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핀테크 혁신과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소규모 기업도 디지털 금융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져 첨단 서비스 출시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통 금융권도 그간 자신들이 쌓아온 고유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AI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의 물결이 금융서비스에도 일렁이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핀테크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외치면서도 그들과 손잡고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전통 금융권 역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기술과 금융의 만남을 적극 장려하고 관련 스타트업이 디지털 금융 혁신을 활발히 시도할 수 있도록 대승적 접근을 기대한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