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자원 주파수를 할당받은 만큼 책임감 있게 망을 구축해주길 바랍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5G 커버리지 확대를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임 장관은 "최근 이통 3사가 미디어와 콘텐츠, 커머스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업의 "혁신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고도화에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탈통신 사업에 집중하는 이통 3사에게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라는 강조점을 둔 발언이다.
이통 3사는 이같은 정부 요청에 국가 주요 추진 사업인 28㎓ 5G 서비스 확대에 나선다. 이통사별로 전국 각지에 있는 대형 쇼핑몰과 야구장, 체육관, 역사 유적에서 28㎓ 5G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국민의 서비스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하철 2호선 일부 구간에 28㎓ 5G 서비스에도 나선다.
그는 "28㎓는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다"며 "최선으로 노력해서 (28㎓ 5G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1월 28㎓ 5G 활성화를 위해 5G 특화망(로컬 5G) 카드를 꺼냈다. 5G 특화망은 건물이나 공장 등 특정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5G망을 말한다. 필요한 지역에 맞춤형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만큼 로컬 5G로도 불린다.
정부는 5G 특화망 사업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만 국한하던 망 도입 주체를 민간 사업자로까지 확대하면서 5G 특화망 도입 확산을 기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일부 대기업이 참여 가능한 점, 주파수 할당 등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난제로 사업이 본래 계획보다 지체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8㎓ 5G 전국망 구축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대신 이번 간담회를 통해 향후 28㎓ 5G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 장관은 "28㎓ 활성화 일환으로 10개 시범 프로젝트와 지하철 실증을 발표하는 자리다"며 최근 이통 3사를 중심으로 28㎓ 5G 활성화를 위한 실증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코엑스와 잠실 야구장,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가상현실(VR) 체험 등을 선보인다. KT는 수원 위즈파크와 목동 체임버홀, 수원 칠보 체육관에 홀로그램,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실증한다. 이때 국민이 28㎓ 5G 단말기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삼성전자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부여 정림사지와 공주 공산성, 광주 챔피언스필드, 부산 벡스코 등에서 28㎓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이통 3사는 과기정통부,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2호선 지산 구간(신설동~성수역)에서 28㎓ 실증도 추진한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28㎓ 5G 서비스를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향후 실증 결과에 따라 와이파이 품질 개선에도 나선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의 이같은 실증 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더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3월 이통 3사와 28㎓ 5G 활성화 전담반을 3월 발족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가 28㎓ 5G망 활성화를 논하고자 마련됐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TF가 구성이 돼 의미 있는 결론을 낼 (이번 실증 사업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실증을 통해 기술이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TF에서 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과기정통부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