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EV에서 최근 잇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18일 충남 보령에서 주차 중이던 코나EV가 화재로 전소됐고, 노르웨이 오슬로 한 도로변에 주차 중인 차량에서도 불이 났다.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17번째 화재 사고라는 점에 신경이 쓰인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지만, 현대차와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나EV는 일부 고객들로부터 ‘불차’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흐지부지 리콜을 실시한 것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나EV 화재는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LG에너지솔루션에 치명적 악재다. 배터리 화재 책임소재가 LG에너지솔루션에 있다고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한 배터리를 공급한 회사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근 2건의 화재 사고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1조4000억원 규모 리콜 발표 이후 터진 것에 주목한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국토부와 현대차를 중심으로 주장된 배터리 결함이 아닌 냉각수 누수, 안전마진 미확보 등 복합적 요인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 사이 생산된 코나EV 7만5680대를 대상으로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교체해주는 리콜을 실시 중이다. 리콜 비용만 총 1조4000억원으로 현대차가 4255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800억원쯤을 분담키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의 70%를 분담했지만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내고 "리콜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의 경우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고객 불편 및 시장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현대차와 뜻을 같이해 대승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를 남양연구소로 보내 한국교통안전공단(KATRI),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함께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양사가 또 다시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제는 리콜 대상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중요치 않게 됐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어서다. 양사가 합심해 명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차량 제조 과정과 배터리 결함 중 책임 소재가 어느 한쪽을 향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이들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