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CJ올리브네트웍스 내부에서는 분열 움직임마저 보이는 등 내부 불만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인혁 최고경영자(CEO)의 진두지휘 하에 사업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과 불만이 커진 탓이다.

차 대표는 삼성SDS, SK텔레콤을 거쳐 2019년 말 CJ그룹에 영입된 후 디지털혁신 TF 부사장을 맡았다. 3개월 만에 대표로 승진하며 디지털 혁신과 IT 신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 CJ올리브네트웍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 CJ올리브네트웍스
4일 복수의 전현직 CJ올리브네트웍스 직원 등에 따르면, 차인혁 대표의 경영 스타일에 일부 직원들이 반발한다. 내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무기명 소통방을 열었지만, 직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소통방 운영을 중단했다. 이직과 퇴사를 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온다. 최근 SW 등 CJ올리브네트웍스 직원들이 이직처를 문의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는 제보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를 퇴사한 한 직원은 "2020년에만 70명이 넘는 직원이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잦은 조직개편으로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소통한답시고 연 익명 소통방에서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무능력을 질타하자 인사에서 소통방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차인혁 대표의 YB 사랑에 떠나는 OB

차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여성 리더와 젊은 인재를 과감히 등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라인 출신 최연소 상무를 영입한 후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을 맡기는 등 젊은 조직장을 늘려나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는 내부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을 팀장으로 승진시키며 ‘4차산업혁명시대는 젊은 직원들이 이끄는 것이며, 나이 많은 직원들이 이끌 수 없다’는 발언을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젊은 직원 사이에서도 차 대표의 경영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시스템 통합·관리(SI·SM) 사업이 전체 매출 상당수(2020년 기준 내부거래율 81%)를 차지하는 구조인데, 갑자기 신사업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CJ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정리를 하다 보니 주력사업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관련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직원들 사이에 자신의 역할과 회사의 비전에 의문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의 코드에 맞춰주는 사람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사 역시 내부 불만을 키울 수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대표의 경영 방식이 급진적이다 보니 적응 못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지금도 나가는 직원들이 많고, 나가려고 이직을 알아보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상을 꿈꾸는 대표와 현실을 사는 직원과의 괴리

차 대표는 대표 취임 후 대외사업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5년까지 대외사업 매출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가 위치한 트윈시티 / CJ올리브네트웍스
CJ올리브네트웍스 본사가 위치한 트윈시티 / CJ올리브네트웍스
내부 직원들도 CJ그룹에 의지해 수익을 내는 SM, SI 사업보다 신사업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양화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의 뜻을 내비친다. 하지만 차 대표와 기존 직원 간 소통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차 대표는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신사업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 근무하다 퇴사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실력이 좋은 젊은 직원을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은 괜찮지만, 그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는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내 IT서비스 1위 기업인 삼성SDS조차도 솔루션 사업보다는 그룹사 수주와 물류 BPO로 먹고사는데 무조건 신사업 성과만 외치는 것은 현실이 아닌 이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 취임 후 임기 내 주어진 미션이 있겠지만, 새로운 사업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상주의적 경영은 성공했을 때는 물론 좋겠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받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 이탈 움직임은 SM, SI 사업부서뿐만 아니라 신사업 관련 조직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 측은 직원 퇴사율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며, 직원 이탈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루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소통방 운영 중단 역시 익명을 빙자한 욕설이 난무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한 관계자는 "IT업계의 연 평균 퇴사율이 20% 수준인 반면 당사는 7~10%고 작년 퇴사율 역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1050명 내외 인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차 대표는 부임 이후 조직 혁신을 위해 최고 인재의 확보 및 육성,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등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일부 포지션에 대한 인사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역량 있는 인력들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젊은 조직장을 발탁한 사례는 일부다"며 "향후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역량과 성과가 우수한 인원은 계속 등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통방 중단과 관련해서는 "익명 대화방을 운영하며 애로사항 개진 등 소통을 진행했지만 일부 구성원이 소통 취지에 적합하지 않은 욕설이나 인신공격, 모멸감을 주는 폭언 등을 계속 올려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며 "온라인 간담회, 사업부 현장 목소리 청취 등을 통해 직원들의 다양한 제안사항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