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거머쥔 쿠팡이 당일·익일 배송을 넘어 ‘1시간 배송'에 이어 20분 배달에 도전한다. 신사업 쿠팡이츠의 ‘마트'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생필품 즉시 배송에 나섰다. 첫 해외진출국인 일본에서도 ‘퀵 커머스' 방식을 도입해 경쟁자 아마존에 대항 중이다.

유통업계는 물류기업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라스트마일' 속도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자금력으로 중무장한 쿠팡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업계 1위 배민 등 일부는 1~2시간에 배달을 하지만, 조만간 ‘30분’ 경쟁을 넘어 ‘20분’ 경쟁이 본개막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쿠팡은 최근 본사 건물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에서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과 생수·화장지 등 생필품 등을 1시간 이내에 배달한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B마트'와 서비스 내용에서 비슷하다.

현재 쿠팡이츠 앱 지역을 송파구로 설정하면 대략 10분~15분의 배달 시간이 안내된다. B마트가 통상 30분의 배달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쿠팡이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는 겉으로는 배민과 쿠팡이츠 간 배달플랫폼 경쟁으로 보이지만, 넓게 보면 쿠팡의 퀵 커머스 시장 진출로 해석할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로켓배송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패턴을 변화시킨 쿠팡이 로켓 보다 더 빠른 ‘1시간 배송'으로 퀵 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퀵 커머스 시장은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은 2020년 8월 기준 서비스 개시 대비 963.3% 증가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배민의 2020년 상품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28% 급증한 218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도 퀵 커머스를 ‘차세대 e커머스'로 규정하는 등 중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560억유로(77조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업계는 DH가 B마트를 중심으로 국내 퀵 커머스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 역시 퀵 커머스 시장에 관심이 꽂힌 상황이다. 첫 해외진출국인 일본에 로켓배송이 아닌 즉시 배송을 앞세웠다. 쿠팡은 6월부터 도쿄 중심지인 시나가와구를 거점 삼아 신선식품과 생필품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유통업계도 퀵 커머스 시장 성장에 주목한다.

GS리테일은 4월 500억원을 투자해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확보한 바 있다. 전국 1만5000개 오프라인 매장과 메쉬코리아의 도심 물류 거점 400개와 연결해 즉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메쉬코리아는 최근 서울 강남에 이어 송파에 도심형 물류 거점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2호점을 개소하는 등 라스트마일 배송 강화에 나선 상태다. 회사는 김포에 위치한 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와 부릉스테이션 등 기존 물류망을 연결해 촘촘한 라스트마일 물류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11번가도 배송업체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해 라스트마일 배송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퀵 커머스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손잡고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롯데마트도 온라인 주문처리가 가능한 스마트 매장을 통해 2시간 즉시 배송을 시행 중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