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QLED와 함께 투트랙으로 선보인 마이크로LED TV 대중화를 위해 신규 라인 증설을 진행한다. 3월 출시한 110인치에 이어 99·88·76인치 TV를 연내 순차 출시해 서서히 판매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베트남 공장에서 마이크로LED TV 생산을 위한 사이즈별 신규 라인 증설 작업에 돌입했다. 주문량이 많은 110인치 전용 라인의 증설을 진행 중이며, 99·88·76인치도 일정에 맞춰 생산할 수 있도록 증설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10인치 제품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 99인치 제품 출시 일정을 하반기로 늦췄다"며 "연내 88·76인치 제품까지 출시할 수 있도록 라인을 상당 규모 증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는 모습 /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는 가로세로 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이하의 LED 소자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각각의 LED 칩이 하나의 픽셀 역할을 하는 자발광 방식이다. 초소형 LED 칩을 기판에 촘촘하게 배치해야 하는 공정상 한계로 생산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LED 칩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크기나 형태에는 제약이 없다. 기존 LCD 대비 ▲명암비 ▲응답속도 ▲색 재현율 ▲시야각 ▲밝기 ▲해상도 ▲수명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2021’에서 마이크로LED TV 주문량이 기대 이상이라며 라인 증설을 시사한 바 있다.

한 사장은 "마이크로LED TV 146인치 제품은 올해 풀케파(생산량)를 모두 확보했다"며 "110인치와 70~80인치 제품까지 나오면 상당량이 팔릴 것 같아서 공장을 증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이 마이크로LED TV '더 월'과 함께 삼성의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2020년 1월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이 마이크로LED TV '더 월'과 함께 삼성의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마이크로LED TV 시장 규모를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옴디아는 마이크로LED TV 시장이 올해 1000대 수준으로 시작해 2022년 3만대, 2023년 16만7000대, 2025년 93만3000대, 2027년 340만대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마이크로LED TV 물량은 아직 100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고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억대급’ 가격대, 대중적 사이즈(88·76인치)가 출시되지 않은 점 등이 원인이다. 판매 지역도 대부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비중이 쏠려있다.

마이크로LED TV는 양산 규모에서 한계가 있어 단기적으로 극적인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억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억7000만원에 달하는 110인치 가격은 변동이 없고, 99·88·76인치 출고가격도 억대로 잡은 것으로 안다"며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내년부터는 제품별 가격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QLED와 마이크로LED TV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한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방식이 삼성전자의 TV 기술 진화 방식이 아니라고 확언한 만큼 Q(퀀텀닷)로 파생하는 TV 생태계를 확장하고, 마이크로LED의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기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라인업 상이나 제품 전략에 맞지 않는 OLED에 대한 검토는 더이상 없다"며 "퀀텀닷 기술을 포함해 시작단계인 마이크로LED를 TV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주어진 숙제다"라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