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영역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둘러싸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OTT 전담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해당 기구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 구조를 구축해야 지금과 같은 부처간 혼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OTT가 파생하는 연계 사업 효과가 큰 만큼 차기 정부는 미디어 정책을 주요 정책 과제로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OTT 연구 단체인 한국OTT포럼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7월 정기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주제는 ‘OTT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대토론회'다.

이번 토론회에는 성동규 중앙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가 좌장으로 참여했다. 발표자는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이다. 토론자로는 최진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과 조영직 티빙 사업관리팀장,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 등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최진웅 조사관과 조영기 사무국장, 이종관 전문위원, 성동규 교수, 조영직 팀장, 안정상 수석위원, 도준호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최진웅 조사관과 조영기 사무국장, 이종관 전문위원, 성동규 교수, 조영직 팀장, 안정상 수석위원, 도준호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新 미디어 정책 담당한 미디어 총괄 부서 신설해야"

이번 토론회에선 OTT 산업을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간 힘겨루기가 지속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개 부처가 OTT 전담 부처를 자처하며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중복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정부부처끼리 경쟁을 해 바람직한 정책이 올라오면 좋은데, 그보다는 부처 간 영역 경쟁으로 비화됐을 때 중복 규제 등의 부작용이 커진다"며 "OTT는 유연한 서비스이며 (OTT를 통해) 파생하는 사업이 다양하기에 여러 차원의 정책 지원을 위해 부처 간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부처간 이해와 추진 방식이 상이하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어려운 숙제다"며 "경험상 누군가 나서 칼로 딱 자르지 않으면 부처끼리는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상 수석위원은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에 있는 관련 부서를 한데 모은 미디어 전담 기구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위원은 "부처 간 공통으로 있는 미디어 정책 부처를 하나의 통합된 기구로 나아가도록 하고 (해당 기구를 통해) 정책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며 "최소한 다음 정부에선 통합된 기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웅 조사관도 "과거 산업 정책이 성공할 때는 경제기획원이 중심을 잡고 산업 정책을 추진했는데 (OTT 정책에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가 혼재돼 있어 중심 조율이 안 된다"며 "OTT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철수 한국OTT포럼 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문철수 한국OTT포럼 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이같은 논의 연장선에서 차기 정부가 정권 초기에 미디어 정책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해 문제 해결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도준호 교수는 "차기 정권이 힘이 있는 초기에 미디어 아젠다를 우선 순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된다"며 "OTT 정책이 미디어 정책의 중요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에 이런 변화를 담은 총론, 각론을 (새로운 총괄 부처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 간 토론회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미디어 거버넌스를 묻는 질문이 한두 개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각 캠프에서 이슈 중요성을 알고 준비한다는 것이기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OTT 산업, 최소 규제 원칙 추구해야…"넷플릭스가 성공한 방식 따라가선 안돼"

OTT 산업 규제는 최소화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자율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통 미디어를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OTT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종관 위원은 "(OTT 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정책 기조가) 진흥 관점이면서 최소 규제에 (무게를) 두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최소 규제 원칙을 만들다 보면 숨은 규제가 파생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굵직한 규제만큼 사소한 규제도 지양해야 하는 점을 설명했다.

조영직 팀장은 "최근 서비스 안정화 의무 부가 등이 정책으로 논의되는데, 굳이 정책으로 규제하지 않더라도 OTT 사업자가 높아진 글로벌 표준 시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의무 강화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앞으로 정책 아젠다가 논의될 때는 시장에 자율로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되 근본적인 거시 주제가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빠른 시일 안에 정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영기 사무총장은 "향후 미디어 정책이나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는 기존에 방송 사업자를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서 더 멀리, 넓게 보고 가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성공한 방식을 쫓아가는 방법만 하다가는 절대 앞으로 못 간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