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시오노 나나미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입력 2021.07.12 10:24

시오노 나나미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가 한국어로 출간됐습니다.

시오노 씨는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이탈리아 역사를 소재로 삼은 책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두터운 독자층을 지닌 작가입니다.

시오노는 이번에 중세 시대의 한 인물을 소재로 중세가 고대와 어떻게 다르고 르네상스가 왜 일어났는지를 탐구합니다.

그 인물이 바로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입니다. 시오노는 ‘황제의 좌에 앉은 최초의 근대인’으로서 프리드리히의 생애를 추적합니다.

한국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유럽사를 접하는 데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통치자의 복잡한 가계입니다.

유럽 각 지역의 왕실이 서로 혼맥으로 얽히면서, 역사서에서 이름만으로 그들의 뿌리와 관계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또 사방팔방 연결돼 있는 유럽의 지정학적 특징도 유럽사 공부에서 난관입니다.

세 번째 허들은 종교 이슈입니다. 중세만 해도 가톨릭, 그리스정교, 이슬람이 서로 얽혀 갈등합니다.

시오노 작가는 프리드리히 2세 생애를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조망하면서 유럽 황실의 복잡한 가계, 황제와 교황의 관계,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국제 정치 역학 관계를 잘 묘사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시칠리아, 풀리아, 카푸아, 나폴리, 로마 등 프리드리히 2세의 활동 무대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책은 프리드리히 2세가 독일계 신성로마 제국 하인리히 6세와 노르만계 시칠리아 왕녀 콘스탄체 사이에서 탄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하인리히와 콘스탄체가 죽고 교황 후견 아래 고아처럼 자란 프리드리히 2세는 마침내 1220년에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선출됩니다.

고난 끝에 황제에 오른 뒤 그는 가슴에 품은 야망을 실행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을 담은 3장을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0줄 요약 3장 황제로서 편

1. 그리스도교가 지배했던 중세를 살았던 황제들에게는 로마에서 대관식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대관식은 교황이 초청해야 비로소 실현된다. 1220년 5월에 교황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9월 이탈리아로 들어온 프리드리히는 로마 교황에 튜턴 기사단 단장 헤르만을 파견했다.

프리드리히의 처지는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풀리아의 소년’은 지금은 밀라노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황제로 이탈리아로 돌아온 것이다. 열일곱 소년은 스물다섯이 되어 있었다.

2. 로마 대관식은 1220년 11월 20일에 거행되었다. 금 실과 붉은 실 자수가 가득한 옷에 백마를 탄 모습으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나아갔다. 교황 호노리우스 3세는 금색과 백색의 자수로 가득한 예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프리드리히 2세는 관을 쓰고 오른손에 검을, 왼손에 홀을 들며 장엄한 목소리로 맹세한다. "그리스도 교회의 수호자가 되겠다. 십자군 원정에 나가겠다. 이단자를 박멸하겠다"고 맹세했다. 남편 뒤에 무릎을 꿇은 콘스탄체의 머리에도 황후의 관이 씌워졌다. 의식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3. 프리드리히는 대관식 3일 후 로마에서 200km 떨어진 카푸아에서 볼로냐 대학의 로프레도 에피파니오 법학자를 만났다. 프리드리히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직자가 아닌 탓에 발상이 유연한 법학자의 협력이 필요했다.

프리드리히는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을 합친 시칠리아 왕국의 재편성을 기획했다. 또 연방제가 아니라 중앙집권제를 그렸다. 제후에서 기득권을 빼앗아 군주에게 집중시키고 군주가 정한 법에 근거해 운영하는 국가를 실현하면 완력만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4. 시칠리아 왕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려면 우수한 관리를 동원해야 했다. 고위 관료부터 서기 같은 하급 관료까지 갖추려면 엄청난 수의 관리를 필요로 했다. 13세기 초에 문장을 쓰고 법률에 정통한 사람들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에 집중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교황청이라는 강력한 관료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볼로냐 대학이 창설된 것도 신학 외에 교황청 관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교황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기 독일에 전제 군주국가를 세우고 싶어도 군주가 생각하는 정책을 실행에 옮길 관료 확보까지 기대할 수 없었다.

5. 프리드리히는 법학자 로프레도의 도움을 받아 카푸아 헌장을 발표했다. 왕국의 통치는 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제후라 해도 왕이 설립한 재판소에 알리고 그 판단에 따른다. 이에 반하는 사람은 자산을 몰수할 뿐만 아니라 사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제후들이 거느린 영지도 11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만약 불법적인 수단으로 취득한 영지라면 프리드리히에 반환한 후 왕이 정당한 배려를 거쳐 분배한다. 1189년은 그의 외가인 노르만 왕조의 마지막 왕(루제로 2세의 손자인 굴리엘모 2세)이 죽은 해다.

6. 독일인에게 풀리아(Apulia 이탈리아 남부의 주)의 소년으로 불렸지만 프리드리히는 풀리아에 간 적이 없었다. 시칠리아에서 곧장 독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풀리아는 남부 이탈리아 전체를 뜻했다. 프리드리히는 3개월 순찰하다가 풀리아에 매료됐다.

하지만 황후 콘스탄체를 말라리아로 1222년 6월 23일에 잃고 팔레르모로 달려간다. 프리드리히에게 최고의 반려자였던 콘스탄체는 팔레르모 대성당에 묻혔다.

7. 시칠리아는 노르만 왕족, 정교를 믿는 그리스인, 이슬람을 믿는 아랍계가 공존했다. 공존의 원칙은 왕궁에서는 통했으나, 농촌에서는 달랐다. 수확량이 문제였다. 1221년 시칠리아의 농촌지대에 사는 이슬람교도들이 일제히 봉기했다.

프리드리히는 사라센을 풀리아 지방의 루체라로 이주시키고 종교 자유까지 주었다. 프리드리히는 이 방책으로 사라센 문제를 해결했다.

8. 프리드리히는 시칠리아 왕국을 방위할 해군력을 다시 부활시켰다. 해군 재건 임무를 엔리코라는 해적 출신 인물에게 맡긴다. 당시 시칠리아는 해상 방위를 제노바와 피사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9. 프리드리히는 루체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포자에 왕궁을 새로 지었다.

포자 왕궁은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장엄한 분위기의 차갑고 금욕적인 성이 아니었다. 넓고 개방적이며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나무들이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귄다. 프리드리히는 포자 왕궁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빈관으로 활용했다. 포자는 성지 순례길 길목에 있었다.

하지만 800년 전에 존재했던 왕국은 입구 윗부분 반과 비문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프리드리히 사후 20년이 지나 교황청이 프랑스인 왕에게 철저한 파괴를 명했기 때문이다.

10. 1224년 9월 29일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장엄한 의식을 통해 프리드리히의 작품인 ‘나폴리 학문소'가 정식 문을 열었다. 제국이 모든 비용을 대고, 교과목 교수진 선정은 프리드리히의 생각에 따라 결정했다. 유럽 최초의 국립대학으로서 나폴리 대학이 출범한 것이다.

나폴리대는 ‘아르테스 리베라레스’(리버럴 아츠)를 가르쳤다. 특히 신학이나 교회법이 아니라 로마법을 가르쳤다. 나폴리대를 졸업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중세 신학의 시조가 됐다. 나폴리대의 교훈은 ‘지식과 교육의 원천으로 돌아가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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