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김호섭 등 6인의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

입력 2021.07.12 10:54

한국에서 일본은 늘 불편한 존재다. 일본은 늘 한반도를 침략하는 존재였다. 임진왜란에서 7년 동안 한반도를 유린했고 결국 조선 왕조를 무너뜨리고 36년 동안 침탈했다.

식민지 지배는 침탈에 그치지 않고 민족 분단이라는 한반도 분쟁 구조를 잉태하여 현재적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래서 한국인은 ‘역사 속 일본’에 대해 원초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 그 적개심은 한국인으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갖는 ‘소셜 DNA’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개심은 국제사회에서 생존해야 하고 또 번영해야 하는 공동체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

원초적 적개심은 오히려 복잡다기한 현실 이슈를 더 꼬이게 만들고 해결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 수 있다.

강동국(나고야대 교수) 등 6명이 공동 저술한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도서출판 선인)는 일본 사회와 일본인은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탐구 결과를 담고 있다.

6인의 필자는 1년 동안 도쿠가와막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한 정치인과 지식인, 그리고 기층 서민이 갖는 한국에 대한 인식의 구조를 파헤쳤다.

또 그것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 그리고 인식 내용의 시대적 변화 추이를 검토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일본인들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잠재되거나 표현된 인식들의 구조와 한계를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들은 한국 사회가 일본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즉, 일본을 과대평가하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하려는 한국의 지적 풍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대표 저자인 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제1장을 10줄로 요약했다.
10줄 요약 제1장 한일 인식의 시대적 모습 편

1. 한국뿐만 아니라 서구 사회에서도 일본 사회 혹은 일본 문화를 집단적으로 균질한 동일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일본 스스로가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라는 ‘단일성'과 함께 우월성을 자랑스럽게 대내외적으로 발산하기 때문에 제삼자 입장에서 그 주장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균질성의 강조에는 에도 시대 말기까지 존속된 봉건적, 지역적 분열을 천황 중심의 근대 국가 형성에 방해 요소로 생각한 메이지 유신 엘리트들이 천황 중심의 단일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근대국가 형성의 사회문화적 조건으로 이용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2. 현실 세계에서 균질성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 집단의 존재는 우월성을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되며 환영받지 못한다. 소수자는 일본 사회 균질성에 대한 부정적 요소로서, 빛나는 우월성이라는 광택에 흠집을 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요소로 취급된다.

3. 일본 유력 정치가가 일본의 코로나 전염 사태가 서구에 비해 심하지 않은 이유를 일본의 민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일종의 문화적 설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염병 전파 정도는 민도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 수칙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 대지진 사고 원인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의 습관에 뿌리가 있다’는 식으로 일본 고유의 문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문화론은 대형 사고의 과학적 원인과 책임을 추궁하는 데 방해 요소다.

4. 한일관계를 해석함에 있어서 음모론적 해석을 경계했다. 음모론이라는 블랙박스를 이용하여 설명하면 설명 못할 대상은 없다.

민주화 이후 학문적 양심에 근거한 일본 연구를 발표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자기 검열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용기 있는 학자라면 소신에 따라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들은 순수한 학문 활동을 하는 연구자에게 특별한 용기가 필요 없는 세상을 염원한다.

5. 제2장 ‘임진왜란과 그에 대한 한일 양국의 기억’(김시덕)

김시덕은 임진왜란과 그 전후의 중세 일본인이 갖고 있었던 조선 인식을 다뤘다.

임진왜란의 결과는 조선, 일본, 명 모두 완전한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었고, 세 나라의 지배집단은 피지배 집단에 대해 전쟁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도쿠가와막부는 국외적으로 전쟁에 책임을 져야 했으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행운으로 인해 침략전쟁과 무관함을 내세울 수 있었다.

6. 제3장 ‘왜 메이지 유신은 성공하였는가’(신상목)

신상목은 동아시아 근대화는 본질적으로 서구화로서 국제적 문화접변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관의 전환은 메이지 유신 이전에 일본 엘리트 계층에서 태동한 점을 주목한다.

신정부 세력의 정치적 인위적 이니셔티브는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엘리트 계층의 문화적 자발적 선택에 의해 점진적으로 형성돼 온 것이다.

산업혁명의 내재화 측면에 주목하면 도쿠가와막부 시대 이래 추진된 근대화 시책의 연장선상에 놓인 연속적인 과정이었다.

7. 제4장 ‘근대 일본 외교의 무사상성’(김종학)

김종학은 일본 외교는 장기적 국가 목표나 바람직한 국제 질서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채 그때 그때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순응하며 오로지 자국의 대외 팽창과 안보 및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 식민지화도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1890년 이후 신제국주의가 전개되는 세계적 흐름에 낙후돼선 안된다는 초조함과 대세 추종주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8. 제5장 ‘근대 일본의 한국인식’(강동국)

강동국은 근대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인식 내용과 그 한계를 분석한다. 일본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기초해 한국의 주관적인 측면을 이해하면 충분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일본 나름의 한국 이해는 근본적인 몰이해로 점철됐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한국 유자(儒者)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토 히로부미는 의병을 몰이해했고, 헌병 통치 기간의 총독부도 식민지 조선의 감정을 오해했다.

9. 제6장 '현대 한일 관계의 구조변화와 다이내미즘'(이원덕)

이원덕은 냉전 이후 일본의 대한 인식과 전략 변화를 다룬다. 냉전체제 아래에서 한일 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전략의 큰 틀속에서 경제 협력과 안보적 차원의 공조를 유지하는 한편, 역사 민족문제 등 한일 간 갈등 요소는 억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동북아시아 세력균형 관계가 유동화되면서 한일 관계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 부상으로 인해 미국은 한일 관계를 결속시키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존재론적 문제라가 보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전략적 관점이 무시되거나 전략적 사고의 영역이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미소 대립 속에서 유럽 국가가 유럽연합으로 간 것은 미중 양강에 끼어 있는 한일 관계의 미래비전을 생각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10. 제7장 ‘혐한과 한일관계의 장래’(김호섭)

김호섭은 혐한의 배경을 분석한다. 첫째, 일본 내 태평양 전쟁을 침략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위해 서구세력에 대항한 전쟁이라는 역사수정주의가 혐한의 배경이다.

한국 경제성장이 일본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피해의식도 한몫을 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도 혐한 확산의 배경이다. 예를 들어 반일 기사가 인터넷에서 번역돼 대량 유포되면서 일본내 혐한 현상을 부추겼다.

한국의 반일 감정과 일본의 혐한 현상은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자유민주적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공유하며 체제 격차가 줄었다는 점은 낙관론의 근거다.

한일 양국 지도자는 과거사에 대한 역사 인식 차이를 외교분쟁으로 확대시키지 않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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