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PaaS-T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도로 만든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작한 만큼 국내 기업 누구나 파스-타를 활용해 상용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파스-타가 최신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아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만든 파스-타지만, 지나치게 느리게 작동하는 등 기술력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내 SW 시장 보호를 위해 만든 것이지만, 오히려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도구라는 평가도 있다.

NIA 측은 일부 시장에서 제기되는 파스-타 관련 잡음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해관계자가 모두 만족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일부 지적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스-타 이미지 / 파스-타 홈페이지 갈무리
파스-타 이미지 / 파스-타 홈페이지 갈무리
13일 SW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수년간 일부 사업 공고를 통해 파스-타 사용을 강제했다.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SW로 경쟁할 기회를 차단했다.

파스-타 쓰면 제품 무거워진다?

NIA는 파스-타 개발을 위해 연간 30억원쯤을 투입하는 등 생태계 확대에 주력했다. 2019년부터 2020년 중반까지 공공기관이 공고한 일부 클라우드 사업 관련 제안요청서를 보면, 파스-타 관련 요건이 적시돼 있다.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파스-타를 사용해야 했다. 일부 PaaS 기업 사이에 정부가 SW 산업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SW 기업 관계자는 "파스-타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최신 쿠버네티스(구글의 오픈소스 컨테이너 플랫폼)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생태계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오래 되고 무거운 클라우드 파운드리(CF) 계열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며 "파스-타 기반으로 공공 분야 클라우드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몇 년 안에 무겁고 잘 사용되지 않는 또 하나의 레거시 시스템이 돼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산 클라우드 시장이 약하다고 이를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시장 성장에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정부가 파스-타 확산 및 지원에 나설 경우 클라우드 플랫폼을 독자 기술로 개발한 기업의 공공 분야 진출은 어렵고, 이는 국가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파스-타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스-타에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같은 주장에 온도차를 보인다. 오히려 외산 업체와 대항하는 토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쿠버네티스 기술 지원이 안 됐지만 지금은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기술적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점도 부각했다.

NIA는 2016년 4월에 처음 파스-타 공식버전인 1.0 스파게티를 공개했고, 2021년 2월 새로운 버전인 파스-타 5.5 세미니를 출시했다. 파스-타 5.0 버전부터는 쿠버네티스를 지원했다.

파스-타 사업에 참여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일부 기업이 훼방을 놓고 있다"며 "파스-타를 비난하는 제품은 기술력이 부족해 호환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파스-타의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진행한 파스-타 관련 레퍼런스도 많다"며 "파스-타는 오픈시프트 같은 외산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정부에서 만든 제품이 국내 제품을 침해한다는 것은 1차원적인 접근이다"고 말했다.

연간 30억원 투입되는 파스-타

그동안 파스-타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1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NIA는 2020년 5월 파스-타 유지보수 관리를 위해 98억6000만원(3년) 규모의 사업을 공고했다. 연구개발 지원은 종료됐지만, 유지보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금에 기반해 연속성을 이어가는 파스-타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든다는 지적도 많다. 민간기업은 끊임없는 성능 제고와 서비스 경쟁을 통해 지속적인 제품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지만, 공공기관은 예산을 배정 받은 후에야 투자를 할 수 있는 탓이다.

한 SW 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경쟁을 위해 정부 사업 공고에서 파스-타 사용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공개 입찰이나 공개 PoC 통해 사업에서 필요한 클라우드 PaaS 플랫폼에 대한 요건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파스-타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민간 주도 방향의 전환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레드햇 vs 파스-타’라는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이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계속 사업을 주도하는 것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민간 기업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스타 논란에 NIA "오해다"

NIA 역시 장기적으로 민간 주도로 가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NIA 관계자는 "리눅스 재단처럼 플랫폼이 활성화 될 경우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펀딩해 재단을 만들기도 한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픈소스를 펀딩해서 성공한 사례가 단 하나도 없으며, 아직 시장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에 맡기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주도라는 것에 반감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기술 지원은 사실 국내 기업(민간)이 하고 있으며 최대한 개방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자 노력 중이다"며 "공공기관에 파스-타 사용을 의무화한 적은 한번도 없으며, 각 기관마다 사전에 ISP나 벤치마킹을 통해 타당성이 높은 것을 선택해 발주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NIA 측은 외산 플랫폼과의 대응을 위해 열린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며, 뒤처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주장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일축했다.

NIA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있는 만큼 모든 사람이 100% 만족하는 솔루션은 없을 것이다"며 "오래된 기술(CF)을 기반으로 한다는 지적은 오해며, 오픈소스기 때문에 쿠버네티스와 CF 상용 SW기업들 모두 상업적 활용에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 호환성 확인 제도를 거쳐 메인 엔진이 파스-타와 같다는 확인만 받으면 된다"며 "번거롭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토종 플랫폼이 외산에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