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항소에 나선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1심 판결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항소 배경이다. 1심 판결로 인터넷 생태계 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SK브로드밴드는 1심 판결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반소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로고 이미지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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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항소서 1심 판결 오류 바로잡을 것"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패소와 관련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15일 밝혔다. 넷플릭스 측은 "1심 판결의 사실 및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길 희망하며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간 협력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법원이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1심에서 자사에 망 이용대가 의무를 부과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도 더했다.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원활하게 전송하는 것을 돕고자 SK브로드밴드가 원하는 가까운 위치에 연결점을 마련해 콘텐츠를 제공해왔다"며 "그럼에도 1심 판결은 SK브로드밴드가 연결이라는 역무를 제공했으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할 수 있는데 1심 판결은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야 할 사실 및 법리적 오류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가 지급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분쟁은 당사자 합의로 종결돼 왔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1심 판결 결과대로라면 세계 CP와 ISP가 형성한 인터넷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이용자가 한국 서비스를 선택해 즐길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1심 판결은 정작 한국 CP나 이용자 입장보다는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 우선시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를 자사 망에 설치하면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최소 9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 CDN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분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하고, 오로지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며 ISP 책임을 넷플릭스에 전가하고 있다"며 "ISP가 CP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는 인터넷 경험이 바로 향상될 수 없음에도, SK브로드밴드가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외면하며 지급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 반소로 대응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항소 결정을 밝히자 반소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소란 민사 소송 과정에서 피고(SK브로드밴드)가 원고(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채무는 1심 판결에서 명확하게 인정됐다"며 "SK브로드밴드는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빈틈없이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식 부장판사)는 6월 25일 넷플릭스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가 늘면서 급증한 인터넷 트래픽에 따른 망 사용료를 넷플릭스에 요구했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지급 의무가 없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