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통3사 최초로 5G SA(Stand Alone) 방식으로 상용화했다. 5G SA는 5G 신호 기반으로 통신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단말기를 제어한다. 5G 음영지역에서는 LTE를 쓴다. 반면 5G NSA는 데이터 송수신은 5G를 기본으로 쓰지만, 단말기 제어에는 LTE를 사용한다. NSA 역시 5G 음영지역에서는 SA를 사용한다. 5G 방식의 큰 특징인 초저지연, 초초고속, 초연결 등을 구현하려면 NSA가 아닌 SA를 적용해야 한다.

예상했던 전개지만, 기존 NSA(None-Stand Alone) 방식을 고수 중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의 SA 상용화에 딴죽을 걸었다. 시기상조라는 명분을 제시했다. 5G 전국망이 완성되지 않은 탓이다.

이통3사가 통신 방식 상용화를 두고 다투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3G, 4G 최초 타이틀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전국망 구축 속도에 대한 논쟁도 비일비재했다. 최신 기술 방식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출시일이 조금 빨랐다는 이유로 자사가 해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기술적 차이가 아니, 제조사가 며칠 먼저 단말기를 공급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5G SA를 두고 다시 불거진 이통3사 간 해묵은 경쟁사 흠집 내기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이통3사는 저품질, 좁은 커버리지의 5G 문제로 이용자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법원에서 소비자 1000명쯤과 소송까지 벌인다. 연내 2000만명이 5G 상품에 가입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5G 품질에 대한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이통사가 5G SA 논쟁에 몰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G SA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릴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이 되는 5G 품질부터 챙겨야 한다.

28㎓ 대역 5G 상용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LTE 대비 이론상 20배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28㎓ 대역 5G는 사실상 ‘리얼 5G’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꿈의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파수 대역이다.

SK텔레콤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 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는 모습 / SK텔레콤
하지만 초고대역(㎜Wave, 6㎓ 대역 이상의 주파수) 주파수 특성상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가 휘어지는 특성)이 좋지 않다. 음영지역 없이 28㎓ 대역 5G를 상용화하려면 기존 3.4~3.6㎓ 대역 5G 대비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특히 건물 내에서 28㎓를 안정적으로 쓰려면 상당한 규모의 5G 스몰셀(소형 기지국)을 써야 한다.

28㎓ 대역 5G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미국 이통사들 역시 5G 전국망 설치 자체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5G 통신망을 확산하려면 28㎓ 대역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필요한데, 상용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기술 혁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일부 지역(핫스팟)에서만 5G를 제공하겠는가.

이통3사는 28㎓ 대역 할당 조건으로 6223억원을 썼다. 제대로 주파수를 사용하지 못한 채 막대한 손실을 입는 중이다. 이럴 때 한국이 먼저 28㎓ 대역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고안하면 어떨까.

한국은 남들이 어렵다고 했던 CDMA(3G) 기술을 선도했고, LTE 상용화 후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주파수를 대역을 묶어 쓰는 기술(LTE CA)도 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국가다. 글로벌 통신 분야 최강국 면모를 지녔다. 그래서 5G 상용화도 세계 최초로 이뤄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등 글로벌 통신 장비 회사와 협업 중인 이통3사는 미국도 못한 28㎓ 대역 난제를 해결할 저력이 있다. 문제 해결만 해낸다면, 그만큼 국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지금처럼 서로 네거티브식 경쟁에 치중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한다고 평가받는 이통사들은 건전한 경쟁을 통한 미래지향적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처럼 지루한 다툼은 이제 그만둘 때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