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폐지 법안, ‘대선용’ 꼬리표 뗄까

입력 2021.07.21 06:00

청소년들이 시간 제약 없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셧다운제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일회성 쇼에 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논란의 불쏘시개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기게임 ‘마인크래프트’. /조선DB
셧다운제 폐지 법안 6건 발의...청와대도 가세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게임 강제 셧다운제 폐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2011년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와 수면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이후 지난 7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마인크래프트의 성인게임화를 막아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치권은 폐지 여론에 점점 힘을 싣고 있다. 20일 기준 총 6건의 셧다운제 폐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셧다운제 전면 폐지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 e스포츠 선수 셧다운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원들은 "게임과 관련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20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법안(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성가족부 소관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로 셧다운제를 통합·관리하자는 게 골자다. 기존 법안에 명시된 ‘게임과몰입·중독 예방조치’ 부분에서 ‘중독’을 삭제하자는 주장도 들어있다.

청와대도 가세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는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여가부 중심으로 셧다운제 관련 의견을 수렴해 게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용 정치쇼’에 그칠까 업계 우려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에도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런 정치권의 관심에 게임사들은 당황했다"며 "지난 10년간 이어진 규제를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로 청소년을 집 안에 묶어두려고 갑자기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서원대 교수)은 "그동안 정치권이 반복해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게임법안을 발의하곤 했다"며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 발의가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 입맛에 따라 규제를 풀고, 적용해왔기 때문에 업계가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정치권의 잇따른 게임법 개정안 발의가 2022년 3월 9일 치러질 대선을 앞둔 ‘정치적 움직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법안 발의라는 것이다. 학부모 반발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 제도 폐지 후 게임업계에 쏟아질 비난에 대한 방지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사후 대책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기구 설치·게임산업 이슈 관리 지속 주장도

업계는 장기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실무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전문기구를 꾸려 법안 폐지 이후 발생할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지훈 위원장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가 원하는 것은 단발성 이슈 제기가 아니다"라며 "5~10년 씩 장기적으로 산업의 흐름을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전문가의 자문이나 의견을 구한 다음, 관계자들이 신중하게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중앙대 교수)은 15일 한국게임학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대통령 산하 게임산업전략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게임산업 전반에 일어나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실장은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규제를 풀어주되, 강력한 관리 감독 기구를 만들자"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 처럼 게임 개발자가 참여한 ‘게임이용자 보호 센터’를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게임사들이 셧다운제 논란 같이 10여년째 되풀이 되는 문제가 산적해 있어 많이 지치고, 희망을 잃은 상황이다"라며 "법적 규제를 풀어준 뒤, 논란이 되는 부분만 당국이 나서서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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