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과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나 정책은 정말 심사숙고 해 만들어야 하고, 만들 때에도 없앨 때에도 예측 가능해야 한다. 요즈음 조변석개(朝變夕改)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피해를 입히는 일이 너무 빈번하다. 더구나 국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 누구 하나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국민 아버지라고 불리는 원로배우(元老俳優)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지금 시국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했겠는가. 국민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좀 분명하게 알았으면 하는데 모르니 불안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릉의 한 횟집 사장은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활어를 3억원어치 확보해 놨는데 갑자기 ‘4단계 거리두기’를 발동하니 다 버리게 생겼다고 하소연이다. 코로나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민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4단계 거리두기’도 형평성·합리성·일관성이 없는 지침이 많아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불평없이 따르기도 힘들다.

외국에 파병된 함정의 군인 대부분이 코로나 확진되어 긴급 후송되었다 하고, 백신 예약에 변칙적으로 접근해 예약했다는 SNS에 떠도는 자랑(?)을 보고 프로그램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나라의 수준이 이 것 밖에 안되나 싶어 서글퍼지기도 한다.

지난해 재개발을 집값상승의 원인으로 여겨 재개발을 하려면 2년간 의무 거주해야 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이 결과로 전세를 말리는 효과가 생기고 전세가가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을 자초하게 되었다. 재개발지역 주변으로 전세가 사라지는 현상을 목도한 당국은 1년 만에 2년 거주 의무를 없애버렸다. 이에 강남의 한 단지는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전세가도 1억원 정도 내렸다고 한다. 부랴부랴 집을 수리하고 이사를 한 집주인들은 피해가 막심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국민의 삶과 밀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뮬레이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뜻과 의지로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파도타기로 국민들은 현기증이 날 판이다.

정부에서는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반도에 열섬현상이 다시 닥치고 전기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니 예비전력이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전기 비상사태를 맞아 공공기관에 에어컨 끄기를 지시하고 있다. 급기야 정비중인 원전까지 원안위에서 부랴부랴 가동 승인을 하고 있다. 청정에너지인 원전은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확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단 시켜 놓고 태양광, 풍력, 수소자동차, 소형원전. 원전수출을 대체 정책으로 내세우며 수건 돌리기 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들은 도대체 에너지 기본정책을 알 수도 믿을 수도 없다.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단체급식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준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2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를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한 벌칙인 것이다. 아마도 규모나 품질을 책임질 수 있는 중소중견 급식업체가 없으면 대기업끼리 사업을 교환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IT 서비스 발주물량의 일부도 외부에 개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IT는 급식하고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IT는 기업의 경쟁을 확보하는 핵심일 뿐 아니라 기업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외주 금액의 일부를 중소중견 기업에 발주하는 것이 상생에 도움이 된다면 일정 비율을 정하든가, 총수 일가에 이전되는 부를 차단하려면 지분 구조를 바꾸도록 유도하면 될 것이다. 사실 대기업도 클라우드를 비롯해 외부에 개방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결국 정부의 요구가 아니라 기업의 필요한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경영의 핵심일 뿐 아니라 특히 보안의 리스크가 있는 사항을 공정이라는 잣대 만으로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 경우가 다르다고 할 지 모르나 정부의 IT 시스템을 민간에 개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정부의 IT와 통신을 좀 더 적극적으로 민간에 개방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던 가치와 질서가 급격히 무너지고 바뀌고 또 아니면 되돌리고 하니 기업도 개인도 어지럽다. 그런 와중(渦中)에 피해를 입고도 말도 못하는 기업과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개인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항들은 충분한 분석, 검토, 시뮬레이션, 토론 등을 거친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충격도 조변석개(朝變夕改)의 혼돈도 국민은 혼란(混亂)스럽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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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