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터진 지 3개월 만에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각 사별 비중 차이는 있지만, 업계 1위인 KT를 포함해 전 통신사가 인터넷 상품 판매 과정에서 품질 보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최대 속도가 10기가비피에스(Gbps)인 8만원대 고가 상품의 최저보장속도는 최대 속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유명 IT 유튜버의 폭로였다. 자신이 사용하는 KT 인터넷 상품의 최대 속도가 10Gbps임에도 실제 속도는 100분의 1인 100메가비피에스(Mbps)에 불과하다며 유튜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영상을 본 다수 소비자는 유튜버의 얘기에 동조하며 일이 커졌다. 일부 소비자는 인터넷 상품 속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유명인 폭로 후 통신사가 대응에 나선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한국의 통신 산업 위상에 걸맞지 않은 일이다. 한국은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등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명예를 가진 국가다. 정부와 통신사는 매년 통신품질 평가 결과를 발표할 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을 주도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기본적인 상품 품질조차 지키지 않는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기술 성과를 대외에 알리는 데 몰두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기본을 등한시했다. 빛 좋은 개살구인 상품만 판매한 격이다.

통신사들은 최근 이슈인 유선 상품 뿐 아니라 무선 상품 관련 소비자 불만으로도 곤경에 처했다. 한국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 이통 3사는 기술 성과에 고무된 나머지 5G 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르다는 홍보에 집중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5G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5G 속도는 LTE보다 조금 빠른 수준에 불과하다. LTE 보다 비싼 가격에 5G 요금제를 내놨으면 그에 맞는 품질도 제공해야 하지만 실상은 기대 이하다. 통신사를 상대로 다수 소비자가 소송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KT는 이번 초고속인터넷 품질 논란으로 총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도 각각 시정조치를 받았다. 한 차례 큰 진통을 앓았다. 무선 사업에서조차 문제가 커진 뒤에야 사태를 수습하는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우려가 크다. 해법은 간단하다. 제값에 맞는 품질로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소비자 반응은 서비스의 기본을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