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급물살…갈길 바쁜 삼성 노 젓나

입력 2021.07.23 06: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또는 특별사면 단행을 놓고 정치권 논의가 한창이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사면이 현실화 단계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로 갈길 바쁜 삼성전자의 투자와 사업 추진에 활력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최근 이 부회장을 포함한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8월 가석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1월 9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이 부회장은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형기의 상당 부분을 복역한 상황이라 7월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이 된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인텔 등 경쟁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체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을 통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지지부진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금의 종착지도 빠르게 결론날 수 있다.

삼성은 2016년 삼성전자가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조 단위 M&A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총액은 1분기 말 기준 209조16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반면 파운드리 1위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3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120억달러(13조4000억원)가 투입되는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생산라인 착공도 최근 시작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3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착수하며 삼성전자를 뒤쫓는다.

이 부회장은 구속 이전인 지난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경영 행보를 펼쳤다. 2020년 1월 화성사업장 3나노 반도체 개발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같은 해 5월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단독 회동하며 차세대 배터리 협력을 논의했다. 10월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달 베트남에도 방문해 하노이에 건설 중인 베트남 R&D센터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석방보다는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가석방의 경우 형이 집행 중인 상태에서 수감만 풀려 나는 것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반면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형 집행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모든 경영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이 부회장에 대해 ‘깜짝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실제 경제계, 지자체 등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꾸준히 나왔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6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은 대형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호소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속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국민적 공감대를 꼽는 만큼, 가석방이 아닌 사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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