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의 AI 세상] 김정빈 수퍼빈 대표 "AI 기술로 쓰레기 선별, 자원으로 재탄생"

입력 2021.07.26 06:00

"우리가 풍요롭게 쓰기 위해 만들고 버리는 폐기물이 우리를 위협한다. 폐기물, 이 쓰레기와 전쟁을 해내야만 지구 생태계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폐기물과의 공존, 그 마지막 정지선을 지킬 기술로 인공지능을 선택했다."

순환경제사이클을 통해 도시 안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그 안에서 가치 있는 소재로 재탄생하도록 하는 것.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네프론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인공지능 회사 수퍼빈은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간다. 쓰레기가 돈도 되지만, 놀이도 되는 새로운 문화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쓴다.

쓰레기는 다른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며, 우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소비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분리수거로 배출된 이후에 재활용 선별장에서 쓸모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중에 상당수는 재활용 되지 못한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60%쯤이 다시 쓰레기로 전락한다"며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하고 선별하는 초기 단계가 우선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네프론이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듯 인공지능을 품은 네프론은 플라스틱과 캔 등 쓰레기, 즉 순환자원을 선별한다.

수퍼빈의 순환경제사이클은 폐기물이 목적을 잃고 매립 소각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유통, 가공의 과정을 거쳐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장에서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대부분 사람의 손을 통해 선별된다. 선별 효율도 떨어질 뿐 아니라 그렇게 선별돼 재탄생하는 자원의 질도 떨어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쓰레기를 선별해야 한다.

2015년 수퍼빈을 창업한 김정빈 대표는 2016년 네프론 시제품을 세상에 내놨다. 이듬해 ‘인공신경망 분석에 근거한 복합적 물체 인식시스템 및 방법’에 대한 기술 특허를 등록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통신 기술을 적용한 네프론은 순환자원 고부가가치 소재 가공 사업의 핵심 요소다.

네프론에 투입되는 페트병과 캔 등의 쓰레기는 네프론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통해 재활용 여부가 결정된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만 선별 회수하고, 네프론에 투입되는 자원에 대한 데이터는 중앙 서버로 전송된다. 플라스틱이라도 그 종류가 여럿이다. 자원에 대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선별 정확도가 향상된다.

자원을 제공한 이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핸드폰 번호 기반 사용자 인식을 통해 포인트를 제공한다. 일정 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으로 전환 신청을 할 수 있다. 캔, 페트병 1개당 각각 10포인트를 제공한다.

선별 자원에 대한 데이터의 축적만큼이나 네프론도 변화 발전했다. 수집하는 자원 종류에 따라,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의 네프론이 나왔다. 이동형 네프론 슈퍼큐브도 독특하다. 건물 안에 빌트인으로 설치할 대용량 크기의 네프론도 준비하고 있다.

네프론은 전국에 올해 상반기 188대가 설치됐다. 올해 말까지 누적 500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네프론 설치 장소와 제품 성능은 수퍼빈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10만명 정도가 네프론을 사용하고 있다.

김정빈 대표가 쓰레기가 자원이 되는 순환경제사이클과 재생원료로 만든 의복(사진 오르쪽)을 소개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수퍼빈은 세계 최초임을 자부하는 플레이크(flake) 소재화 공장인 ‘수퍼아머’ 공장을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인 수퍼아머 공장은 4000여평 규모로, 기존 폐기물 공장과는 차별화한 친환경을 추구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먼지, 소음, 악취 등을 최소화했다.

인공지능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 기반으로 페트병 등 순환자원은 선별, 세척 공정을 통해 재생원료인 고품질의 플레이크가 된다. 이렇게 탄생한 고품질의 플레이크는 옷과 같은 새 상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일례로 유럽의 경우는 이러한 폐기물이 일정 수준 함유된 상품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내도 고품질의 플레이크를 원하는 기업은 있으나 기존 재활용 공장에서 내놓는 플레이크 공급이 여유치 않은 상황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의 순환경제 기반의 재활용 실증사업도 진행한다. 우아한 형제들, 아산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달용기 플라스틱 순환 체계 구축’에 뜻을 모았다. 수퍼빈은 자체 개발한 플라스틱 배달용기 회수 로봇, 네프론 20대를 아산시에 설치하고, 수거된 플라스틱 용기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가공할 계획이다.

폐기물이 민간에서 재활용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공공 부문은 그만큼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쓰레기를 구매, 유통, 가공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경제사이클을 만드는 것은 비단 수퍼빈의 비즈니스 모델로만 한정할 일은 아니다. 쓰레기를 대하는 개인과 기업, 공공 부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김정빈 대표는 "순환자원을 모을 때부터 디지털 장비가 선별해서 좋은 것을 모으면 이를 통해 고품질의 소재로 재탄생한 자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올바르고 좋은 회사가 되겠다는 겸손한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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